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Jun 11. 2023

<일상 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작가와의 데이트

최근 들어 작가라는 말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예전에 문학작품이나 시, 동화, 수필, 대본, 극본 등을 창작하는 이들을 작가라고 호칭했다면 지금은 여행작가, 웹소설 작가, 방송 작가, 스토리 작가, 콘텐츠 기록자 등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전업 작가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전문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에 두 명의 작가가 소개되어 총 10명의 글 쓰는 이가 등장한다. 1장 개인출판콘텐츠에는 에세이스트 고수리와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태재, 2장 인터넷 카페나 웹소설 플랫폼으로 회색인간을 쓴 김동식과 웹소설 작가 전지혜, 3장 전문직업인으로는 청소하고 그림을 그리는 김예지,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있다. 4장 뉴스레터와 구독 서비스는 약사이자 책방운영자 박훌륭, 일기 쓰는 시인 문보영이, 5장 팟캐스트와 인스타그램에는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황효진과 여행작가인 청춘유리가 나온다.


태재나 김동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낯선 작가들이었지만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배울 점을 무수히 찾을 수 있었다. 태재는 문장은 허공에 있다가 쓰이는 게 아니라 몸속에 들어갔다가 나간다고 생각해 운동을 꾸준히 하여 산뜻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무스]라는 수영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웹소설 작가 전지혜는 로그라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로그라인이란 이야기를 단 한 줄로 요약한 것을 말한다. 어떤 콘텐츠를 접하더라도 로그라인 만들어보기를 습관처럼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녀는 창작의 고통을 다른 창작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쓰기가 막히면 재봉틀로 옷을 만들기도 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어머니와 청소 일을 하고 나머지 날은 창작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예지를 보면서 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틀은 밤을 새워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글을 쓰는 남궁인은 그가 만나는 생사를 넘나드는 이들의 사생활을 지켜주려는 윤리의식을 갖고 있다. 나 또한 학생들에 대해 쓸 때 조심하는 부분이어서 공감이 갔다. 뉴스레터나 딜리버리 서비스는 나에게 낯설었다. 일기를 다른 이에게 보낸다는 개념도 독특하다. 매일 정성껏 쓰는 일기가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 팟캐스트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유튜브 등을 통해 독자를 만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종이 책으로만 독자와 소통하던 시대보다 무척 다채롭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직업도, 살아가는 모습도 모두 다르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 하나만은 한결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글을 쓰며 행복을 느끼고 때로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나 슬픔을 글로 극복하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된 이들 중 나는 아마 전문직에 종사하며 글을 쓰는 사람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들어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쓴 글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 삶을 투영한 글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지기 때문일까? 몸을 통해 글이 나온다는 태재의 말처럼 글에는 나의 삶과 생활이 묻어나온다. 따뜻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창 넓은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10명의 작가들과 데이트하는 느낌이었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itbk1qrj8do


매거진의 이전글 을왕리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