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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14. 2021

끔찍했던 그 날

영화 호텔 뭄바이

  평점이 높고 유명한 이 영화를 이제야 만났다. 1일 1 영화 중인(1일 1 책이었으면 더 좋겠지만) 남편과 함께 보았다. 무언가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 일이다. 원래 주 1회 영화관 데이트를 했었는데 개봉관에 못 간지 꽤 되었다. 어쨌든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인도가 배경인 영화는 오랜만이어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기 시작했다. 


  유유히 다가오는 배, 그 안에 탄 젊디 젊은 거대한 배낭을 멘 남자들. 관광객이 붐비는 인도에서 낯선 풍경은 아닐지 모른다. 숨어들기 좋은 그곳에서 죽음을 각오한 남자들은 흩어져 지령을 받는 대로 사람을 짐승이라 말하며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다. 기관총을 사용하는 이들을 당해낼 경찰은 뭄바이에 사실상 거의 없었다. 수도 뉴델리로부터 출동한 특수진압대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그 와중에 영웅도 나타난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함에도 가족을 위해 테러범들 사이를 지나는 아버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내려놓은 어머니, 네 아이 때문에 손님의 안전보다는 가정을 택한 아버지, 손님이 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객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자료를 찾아보니 인도에서는 종종 테러가 있었고, 2008년의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그전과는 달리 오랜 시간 사전 준비된 공격이었다. 1년 동안 훈련을 받은 테러범들은 20대의 젊은이들 10명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뉜 후 더 많아 보이기 위해 택시에도 폭탄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상의 이목을 끄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내보이며 공연하듯 테러 상황을 홍보하기도 했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 지구 상 어느 곳에서든 분쟁이 멈춘 적은 없었으리라. 그날 이후 인도에서는 테러 대응을 위한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불행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저민다. 불에 타고 총에 내부가 손상된 영화의 배경 타지 호텔도 새롭게 단장하고 개장하여 운영 중이다. 당시 생존자들이 개장일에 함께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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