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 1편을 사 왔다. 남편이 먼저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2편을 주문했다. 이어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앞부분부터 바로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하는 면이 있어 틈 나는 대로 집어 들었다. 애플 티브이 플러스에 가입하지 않아 아직 드라마로는 보지 못했지만 주인공 선자의 얼굴만 여러 번 영상에서 보았던 터라 상상하며 읽었다.
선자의 부모님으로부터 손자 솔로몬에게 이르는 4대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다 읽은 후에 짧게 요약된 영상을 보았는데 드라마는 시대를 왔다 갔다 하며 그렸지만 책은 시간의 순서로 진행된다. 하숙집 주인이었던 어머니는 선자를 극진히 아끼던 남편을 잃고 딸을 소중히 키우며 하숙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넉넉히 주며 살고 있었다. 생선 중개상이던 한수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된 선자는 한수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 이별을 고한다. 하숙집에 나타난 다 죽어가는 듯 보이는 이삭이 선자의 사정을 알고 몸을 회복한 후 일본으로 데리고 가 결혼을 한다. 일제 강점 말기 우리나라 못지않은 일본의 경제난에 온갖 고생을 하며 조선인으로 받는 설움을 감당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눈물겹게 그려진다.
의외로 야한 부분이나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나 당시를 살았던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도 잘 나타나 있다. 나의 할머니들 역시 온갖 장사와 고생을 하며 부모님을 키우셨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 한결 편해졌지만 일본에 사는 한국인은 늘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받는 불이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살던 한국인들이 파친코 사업을 많이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본 일본 거리의 파친코 가게가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남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반듯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감동받게 된다.
드라마는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있는데 책과 비슷하지만 크고 작은 에피소드나 대사가 바뀌거나 첨가되어 있었다. 드라마 속 한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책에는 없다. 드라마나 영화는 점차 크거나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시간순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면이 있다. 드라마에는 어린 선자, 젊은 선자, 나이 든 선자가 등장한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쓸 수 있었던 작가의 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디테일한 당시의 부산 영도나 오사카에 대한 묘사나 사투리에 영화를 보듯 오랜만에 실감하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완독 할 수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작도 구입해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