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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05. 2023

인뮤직 앙상블 바이올린 동호회 모임

카페 드 바로크 

혼자 여행에서 돌아온 목요일부터 연습을 했다. 금요일 저녁에 바이올린 동호회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전부터 꾸준히 조금씩 해오긴 했지만 2박 3일 동안 쉬었던 터라 왠지 손가락이 안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금요일에 오케스트라에서 할 곡을 한 번 해보기로 했는데 중간에 무지 빠른 부분이 있어 반복 연습했다. 다 같이 해보기로 한 비발디 곡도 중간에 솔로 부분들이 있고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할지 몰라 연습이 필요했다. 어떤 연주든 완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 않지만 이번에는 5개월 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연주보다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커서 설레었다. 금요일 조금 일찍 출발했다. 


가는 동안 많이 막혔지만 다행히 10분쯤 전에 도착했다. 한 분이 먼저 와 계셨다. 카페 드 바로크 사장님도 우리 멤버여서 예쁘고 울림 좋은 장소에서 연주해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가구 배치가 조금 바뀌어 더 넓어 보였다. 이번에 새로 합류하신 분이 계셔서 어떤 분일까 궁금했는데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했고, 직장 다니는 동안을 제외하면 평생 바이올린을 즐겁게 해 오신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었다. 연주도 교수님처럼 잘하셨다. 우리는 각자 연습해 온 비발디 곡을 합주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나중에는 조금 빠르게 했는데 점점 잘 맞고 아름다워 행복을 느꼈다. 


각자 준비한 곡도 하나씩 연주했다. 피아노 반주 악보를 너무 일찍 공유하는 바람에 연습을 못하셔서 카페 드 바로크 사장님이 초견으로 쳐 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했다. (카페 드 바로크 사장님은 피아노 전공자인데 바이올린을 배우고 계신다.) 플롯과 챔버와 협연하는 곡을 초견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니 어색하기도 하고 안 맞는 부분도 있어 신경 쓰느라 평소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큰 사고 없이 끝까지 연주하긴 했다. 나중에 보내주신 영상을 보니 활이 떠 있고, 중간에 틀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방학 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2학기 오케스트라 연습 때부터는 완벽하게 연주해야겠다.


배운 지 몇 개월 만에 어려운 곡을 틀리지 않고 연주한 분, 바흐 파르티타를 레슨도 받지 않고 연주한 분, 고음이 많아 어려운 에이미 비취의 로망스를 연주한 분, 사랑의 인사를 맛깔나게 연주하신 분을 보며 놀라워했다. 다들 5개월 사이에 일취월장하셨다. 서로 격려하고 즐겁게 연주하는 이 모임이 너무 좋다. 우리는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우리가 속한 인뮤직 앙상블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추구할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였다. 준비해 간 작은 선물(내가 좋아하는 시트로넬라 오일과 석고)을 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10시 반이 다 되어 피곤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이 곧 나온다는 말에 대표님이 카페 드 바로크에서 10월 29일에 북 콘서트를 하는 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그날 인뮤직 앙상블의 공연이 잡혀 있다고 하셨다. 생각지 못한 제안이라 잠깐 망설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책이 어떨지, 초보 작가인 내가 다른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연주도 하게 될지 몰라 염려스럽긴 하지만 내가 고민하며 쓴 책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연주한 비발디 곡을 연주하자고 해 보았다. 이 또한 내 책의 주제인 새로운 도전이니 받아들여야겠지? 사실 제안만으로도 너무 큰 호의이긴 하다. 편집자님도 좋아하셨다. 책에 바이올린 내용을 더 넣자고 하셨다.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데 점점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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