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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20. 2023

폭염 리허설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연주가 있는 날이다.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 분들 중 몇 명이 이번 연주를 위해 모였고 나를 초대해 주셨다. 나와 몇 분은 이번이 두 번째 참가다. 그중 한 분이 이끄시는 오카리나 동호회 제2회 정기 공연 축하 연주였다. 6시에 연주 시작인데 미리 맞춰 봐야 해서 3시 반에 도착했다. 햇살이 무지하게 뜨거운 날, 지붕이 없는 야외 공연장이었다. 다섯 곡을 하는데 잠시도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햇살 아래에서 악기도 얼굴도 금세 익어 갔다. 등에서 땀줄기가 계속 흘러내렸다. 빨리 하고 얼른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끝나자마자 내려와 카페 안으로 들어가 뜨거운 악기와 몸을 식혔다. 식사와 음료를 시켜 주셔서 치킨 스테이크와 패션후루츠 주스를 먹다 보니 좀 전에 태양 아래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서서히 잊혔다. 맛이 정말 좋아서 싹싹 긁어먹었다. 오래 이야기하며 기다렸다가 공연이 시작되어 밖으로 다시 나왔다.


저녁이 되니 선선했다. 그루터기 앙상블의 평균 나이가 적지 않았다. 나이 드셔서 악기를 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동안 열심히 배우고 익힌 플루트와 오카리나,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를 한 명, 두 명 또는 그룹으로 하셨다. 우리는 2부 순서였는데 이미 캄캄해지고 있어 보면대에 램프를 달고 했다. 움직이는 조명이 너무 세어 등이 뜨거웠고, 악보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지만 보내주신 영상을 보니 들을만했다.


연주가 끝나니 8시 반이었다.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얼굴과 팔이 그새 까맣게 탔다. 엊그제는 폭풍우로, 이번에는 폭염으로 고생한 날이지만 그럴수록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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