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일어나 미리 예약해 둔 카카오 벤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 오래전에 준비해 둔 제주 여행에 왔다. 렌터카가 너무 비싸 미리 예약을 해 두지 않았다가 경차를 하루만 빌리기로 했다. 배가 너무 고파 협재로 가서 겨울에 딸이랑 갔던 ‘안녕 협재씨’에서 딱새우 비빔밥을 먹고 금능해수욕장으로 갔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찾으니 ‘호텔 샌드’라는 곳이 나와 그곳에 갔다. 바다까지 바로 뛰어갈 수 있는 멋진 곳에서 평상, 또는 나무 침대처럼 생긴 곳에서 다리를 쭉 뻗고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바다를 보며 신선놀음을 했다. 소금빵이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몇 년 전 주인장님이 쓰신 책을 읽고 찾아가 맛있게 먹었던 ‘데미안’(예약 필수)이 근처에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오래전 구옥을 개조한 곳이 아닌 새로 지은 건물에 있었는데 나중에 여쭤 보니 2년 전에 옮겨왔다고 하셨다. 귤밭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최고로 맛난 전복죽과 돈가스를 먹고 감귤 주스를 받아 나왔다. 제주 올 때마다 들르고 싶은 곳이다.
바로 공항 근처 호텔로 와서 짐을 풀었다. 그동안 묵었던 호텔보다 좀 나았고 꼭대기 층에는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이 멋졌다. 다음날 사려니를 다녀와 수영을 하기로 하고 월정리로 향하던 중 호텔에서는 너무 비싼 남편의 수영복을 살까 하고 동문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사람이 정말 많고 외국인들도 종종 보였다. 수영복 파는 가게가 없어 길가로 다시 걸으며 나가 하루만 입을 수영복처럼 생긴 반바지 하나와 사려니 갈 때 물 넣을 남편의 크로스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다시 시장으로 갔다. 가족에게 줄 우도 땅콩 찰떡파이와 반건조 옥돔을 택배로 보내 놓고 다시 차로 돌아와 제주 올 때마다 들르는 용두암에 갔다.
확장한 선물가게를 돌아보고 저녁으로 해물 뚝배기를 맛있게 먹었다. 이 식당은 몇 년 전 혼자 왔을 때 갔던 곳인데 오랜만인데도 멸치반찬의 깊은 맛이 그대로여서 멸치만 두 그릇을 비웠다. 저녁에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씻고 한참을 걸어 나와 bbq에서 이 글을 쓴다. 새벽에 일어났더니 하루가 정말 길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힐링과 사려니이므로 반은 이루었다. 사려니는 작년 여름 방학 끝나기 전날 갔으니 1년 만에 다시 가는 셈이다. 남편과 함께 사려니를 걷는 건 처음이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