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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03. 2023

강원도 고성의 매력

긴 하루를 예상하며 일찍 일어나 서두른 덕분에 간단한 식사 후 10시경 숙소를 나섰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침인데도 해가 이미 너무 뜨거웠다는 것이다. 숙소에만 머무를까 하다가 고성이라는 곳에 처음 왔는데 몇 군데라도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나선 길이었다. 국내여행 책에 소개된 곳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황곡마을과 송지호를 보기로 했다. 라벤더 농장도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포기했다. 


황곡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는데 찜질방에 들어온 것 같이 뜨거웠다. 입구에서 맞아주는 황곡마을 대장군과 여장군이 늠름했다. 1학기 때 아이들과 배운 장승 이야기들이 생각나 2학기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마을로 올라가니 누구누구의 가옥이라고 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영화 동주의 배경이 되었던 집도 있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고 해서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다니다 보니 마을이 생각보다는 컸다. 뜨거운 열기에 몸이 익는 느낌이어서 정미소까지 갈까 하다가 중간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얼른 돌아왔다. 그렇게 뜨겁지만 않았다면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중간에 자동차도 있고, 최신 농기구도 있었지만 조용하고 자연에 가까운 마을이었다. 그 안에 거하시는 분들은 덥지 않으실까 걱정되기는 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송지호에 들렀다. 햇살은 역시 뜨거웠으나 호수 옆은 나무그늘이 많아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잠시 돌아보기가 훨씬 좋았다. 호수 반대편 정자와 호숫가 오리들을 찍고 나무그늘에서 호수를 바라보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송지호해변에도 잠깐 들렀다. 세계 잼버리 중이라고 씌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너무 뜨거워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숙소로 바로 돌아왔다. 


차를 주차하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이승희 님의 영상에 소개되어 있던 백촌막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북끝 서점도 둘러볼 생각이었다. 가는 길이 뜨겁긴 했지만 해가 머리 뒤쪽에 있어 황곡마을을 걸을 때보단 나았다. 잠깐 걸으니 전날 밤 돈가스를 먹었던 가게 바로 옆에 자그마한 서점 건물이 보였다. 원래 운영 시간인데 문이 닫혀 있었다. 혹시 수요일은 쉬시는지 찾아봐야겠다. 굴다리를 지나 백촌 막국수로 향하며 찾아보니 막국수야말로 수요일 휴무였다. 바로 근처에 다른 막국수집이 있어 그쪽으로 갔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식당 안이 시원하지가 않은 느낌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막국수를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다음은 해변으로 가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책을 여러 권 챙겨 와 무겁기도 하고 햇살이 뜨거웠지만 도착한 예쁜 카페에서 모든 불만이 녹아내렸다. 초코 라떼 맛도 좋았을뿐더러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정말 아름다움 자체였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분들을 보니 바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딸과 함께 왔으면 바다에서 한참 놀았을 것이다. 행복한 독서에 젖어있을 때 갑자기 편집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을 바꿀 곳이 많다고 하셨다. 재미없는 부분은 빼고 필요한 부분을 첨가해야 한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쓴 글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게다가 맹그로브에 와서 열심히 수정하고 보낸 파일은 별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이미 조판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쉬러 왔다 할 일이 태산인 것 같아 조급해졌지만 생애 첫 책을 정성껏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집에 가면 수정해서 보내드린다고 했다. 1주일 동안 다시 책에 매달려야 한다. 책 쓰는 작업이 이렇게 고된지 해보기 전엔 미처 몰랐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책 쓰기는 매력이 대단하다.


배가 너무 불러 저녁은 삼각 김밥으로 먹으려고 아침에 먹을 요플레와 함께 편의점에서 사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숙소 옆 바다가 잘 보이는 천학정이라는 정자도 들렀다. 오후 시간과 저녁은 비교적 한가하게 보냈다. 책을 읽다가 좀이 쑤셔서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왜 삼각 김밥을 먹느냐고 제대로 된 걸 먹으라고 해서 주섬주섬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다니면서 계속 보이던 수제비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았다고 적혀 있어 첫날 점심으로 먹었던 순두부를 다시 시켰다. 먹으며 생각하니 얼큰 해물 순두부를 먹을 걸 왜 같은 메뉴를 또 골랐을까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일찍 서두른 덕분에 해가 있는 동안 숙소로 돌아왔다. 잠깐 책을 읽고 어영부영하다 시간이 다 가버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편안한 집이 그립기도 하고 바다를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니 2시간 45분쯤 걸린다고 나온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최적의 휴식과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체험해 본 것이 최고의 성과이다. 고즈넉한 바다가 그리울 때면 다시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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