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밥을 먹으러 늦게 나갔다가 동네가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돈가스를 먹을까 하고 갔는데 거의 문 닫을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돈가스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그동안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 수프는 괜찮았는데 돈가스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밤바다라도 걸어볼까 했었지만 너무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어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편의점을 지나 숙소까지의 짧은 거리에 아무도 없고 캄캄하여 막내에게 페이스타임으로 통화를 하며 걸었다. 아이들에게 숙소 앞바다를 보여주기도 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에도 책을 읽을까 했는데 눈이 너무 피곤해 글자가 잘 안 보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더니 좀이 쑤시기도 해 일찍 방으로 올라갔다.
10시쯤 누웠는데 피곤했는지 눈을 뜨니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잠깐 누워 있다가 일어나 로비로 내려왔다. 이른 시간인데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고, 안마의자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도 있었다. 여긴 아침이 좋은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찍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들어오는 길에 물을 뿌리는 곳이 있어 발을 씻고 들어와 로비에서 책을 읽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서 식빵을 구워 커피와 함께 아침도 간단히 먹었다. 이런 곳에서 몇 주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오늘은 잠깐이라도 영화 ‘동주’ 촬영 장소를 둘러보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