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여름부터 하루 만 보를 채우려고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다시 계단으로 집에 도착하면 딱 2천 보 정도가 나왔다. 새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아침 공기가 정말 상쾌했다. 푸르른 나무와 예쁜 꽃들도 정겨웠다. 하지만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늦가을을 맞으며 아침에 일찍 추위를 뚫고 산책하기는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지금까지 오랜 겨울잠을 잔 것이다.
어제 아침, 갑자기 일찍 눈이 떠졌고, 새소리가 듣고 싶어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하나도 춥지 않고 시원하기만 했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이라 마음도 여유로웠다. 새로 난 연두색 이파리들이 귀여웠고 이름 모를 들풀도 예뻤다. 이리저리 걷다 2천 보를 조금 넘기고 집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피곤한 줄 몰랐고, 덕분에 만 보를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오늘 아침, 구름이 끼어서인지 잠시 망설이다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또 잠시 걸었다. 습관이 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리겠지. 아침 새소리가 숲 속에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작년에 보았던 나무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고마웠다. 그래서 식물을 좋아하나 보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매년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