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서 받아 온 사진 뭉치들 속에서 대학교 졸업작품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아버지와 삼천포 바다에 가서 찍어 온 배를 그렸던 그림이다. 당시에는 열심히 그렸는데 다시 보니 어설프다. 50호짜리 유화도 하나 그렸었는데 그건 영영 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50호 수채화를 사진으로나마 다시 보니 반가워서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이 떠오른다. 그 책을 읽으며 나의 그림들을 생각했었다. 삶의 노곤함이 묻은 배를 그렸던 이유가(어쩌면 아버지의 의견이었는지도..) 그때도 이미 바다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바이올린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은퇴 후에는 그림도 그려볼까 한다. 좀 넓은 집 한편에 이젤을 펴 놓고 나만의 작업 공간을 만들어 두면 좋겠다. 어렸을 때 꿈 중 하나가 세계 여행을 다니며 그림 그리는 것이었는데 호주에 갔을 때 볼펜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직접 보고 그린 것 말고는 해 보지 못했다. 내가 갔던 좋은 곳들을 사진으로나마 보면서 그려 보면 좋겠다.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산다면 은퇴 후의 삶도 그리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