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나누어 지는 일

by Kelly

엄마의 팔은 얼마나 많은 걸 들 수 있을까? 어렸을 때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곳의 시장까지 퇴근길의 엄마는 가서 비닐봉지가 손가락을 끊을 정도로 무거운 물건들을 사서 돌아오셨다. 그때는 내가 그런 삶을 살게 될 걸 몰랐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책가방에 더하여 주렁주렁 든 봉지들과 함께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요즘은 동네 마트에 배달해 주는 시스템도 있고, 배달 앱이 워낙 발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바구니를 든 엄마 아빠도 있다.


저녁을 먹고, 많은 그릇을 씻고, 잠시 카페에 책을 읽으러 나갔다가 건너편에 있는 한 주부가 든 봉지를 보는데 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저 거대한 봉지 안에 든 과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게 거의 없는 장바구니를 들고 집에 가는 길, 외롭고 화가 날 때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가족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긴 하지만 손가락이 끊어지고 어깨가 내려앉을 정도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갈 때, 식구들이 전화를 받고도 바쁘다며 마중 나오지 않을 때는 서글프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내일은 또다시 장을 보러 간다. 지나가다 맛있게 생긴 걸 보면 가족 생각에 또 사게 된다. 바리바리 들고 어깨 아프게 들고 와도 가족이 행복하게 먹으면 고통이 잊히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 중 일부가 그 고통을 온전히 책임지는 것은 결코 행복한 가족이라 할 수 없다. 가정마다 분야도, 가정일의 비율도 다르겠지만 조금씩 분담하여 서로 나누어 지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집안일을 이제 곧잘 한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단순히 '돕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일을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요즘 실과 시간에 아이들과 그에 대해 배우는 중이어서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비단 가정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속한 작은 조직도, 지역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명이 과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나누어 지지 않으면 잠깐은 편안할지 모르나 그 사람이 일에 치어 넘어질 경우 결국 자신에게 결과가 돌아오게 된다. 그런 이들을 보며 편안해서 좋다며 안도하고, 이건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기보다는 감사하고, 나눠질 줄 아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이 그 일을 짊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리고 아무리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 할지라도 일부가 과다한 책임을 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