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보낸 밤

by Kelly

수요일, 아이들과 알콩달콩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전담교사 시간에 학교폭력을 비롯한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식사 후에는 보충수업을 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하는 날이어서 파킨슨까지 와 혼자 계시기 힘든 엄마와 지내기 위해 짐을 챙겨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동안 아빠와 병원에 들어간 동생이 CT 결과 다른 곳은 이상이 없고, 수술도 잘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어 너무 기뻤다. 휴가를 낸 올케가 엄마와 병원에 가서 파킨슨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제 두 분 다 회복하시는 일만 남은 것 같아 희망이 느껴졌다.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생네에 가 올케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엄마와 부모님 댁에 와서 씻고 앉았다. 엄마는 누워서 자전거 타기와 허리 굽히기 등 운동을 열심히 하시더니 피곤하신지 TV를 보시다 곤히 주무신다. 며칠 사이에 앉았다 일어나실 때 더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하루라도 빨리 약을 드시게 된 게 다행스러웠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반 알씩 드시며 차도를 보기로 했다고 한다. 약효가 있어 보다 자유롭게 움직이셨으면 좋겠다.


올케와 이야기를 하다가 파킨슨이 이번에 갑자기 온 게 아니고 그전부터 증상이 있었을 텐데 늦게 발견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엄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라도 알게 되고, 진단을 받아 약을 드신 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아빠가 금요일쯤 퇴원하실 것 같다. 아빠가 오실 때까지 며칠 동안은 여기서 지낼 예정이다. 추석에 시댁에 가지 않은 게 얼마만인지, 그리고 내가 부모님 댁에서 잠을 자는 건 또 얼마만인가 싶다. 어려움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항상 해결할 길도 열어주신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밤.


밤새 네 번 일어나 화장실에 가셨다. 밥을 하고 고등어를 구워 함께 아침 밥을 먹었다. 엄마께 아직 못 읽으셨다는 내 책을 읽어드린다고 여성 6대 부분을 읽다가 내가 갑자기 울컥 했다. 참고 조금 더 읽는데 엄마가 울고 계셨다. 괜히 그 부분을 읽어가지고 둘이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같이 울었다. 아빠도 내 책을 읽다가 여러 번 우셨다고 한다. 부모님을 울린 딸이 되었다. 식사 후에는 엄마가 샤워하시는 걸 도와드렸다. 어렸을 때 나를 늘 씻겨 주셨을 나의 엄마. 오늘은 엄마와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할 예정이다. 예전의 멋쟁이 엄마로 만들어 드려야지.



* 배경 사진은 아빠가 수술하신 병원에서 동생이 찍어 보내준 것. 전망이 좋아 회복하시는 동안 지내시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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