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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픈 더 도어> 연극같은 낯선

by Kelly

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몸도 마음도 바쁘다. 학교에서는 수업과 학교폭력 업무로 바쁘고, 퇴근 후엔 개인적으로 벌인 일들로도 바쁘다. 그 와중에 태권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용감한 시민’을 볼까 하다가 상영 시작 시간이 조금 빨랐던 ‘오픈 더 도어’를 보았다. 수요일 저녁 외진 작은 영화관의 늦은 상영관에는 나 혼자였다. 영화 앞 영화사 광고가 어찌나 공포스럽고 무서운지 머리칼이 쭈뼛 섰다. 돈 만 원 넘게 내고 들어간 터라 그냥 나갈 수 없어 앉아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끔 뜬금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다른 것에 몰입한다. 어쨌든 그동안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니까.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으나 나에겐 조금 생소한 스타일의 영화였다. 이야기의 순서가 거꾸로 진행되었다. 주인공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한 장면씩 그려진다. 챕터로 나뉘어 있는 영화의 부분들은 거의 한 공간에서 촬영되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미국 교민 사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살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외국에서 번듯하게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주변에 미국에서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실패담도 많을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난 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살기까지 아등바등했을 텐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인물 간의 감정 묘사가 잘 표현되었다. 눈빛과 대사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문이라는 선택의 상징성도 좋았다. 그럼에도 나에겐 다소 낯선 영화였다. 조만간 ‘용감한 시민’을 보러 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영화 발전을 위한다는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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