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흐름
일정 많은 금요일이지만 오랜만에 ‘헝거게임’을 만나보고 싶어 극장으로 향했다. 사람을 죽이는 게임이라는 너무 잔인한 설정이긴 하지만 현재와 다른 설정의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면과 불의에 저항한다는 내용이 좋아서 책과 영화로 그동안 만나 왔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의 매력 덕분이기도 했으리라. 8년 만에 새롭게 나온 영화라 향수 비슷한 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전혀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이번 영화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영화의 배경은 그동안 보아 왔던 헝거게임 이전의 이야기였다. 악인으로 등장하는 스노우의 탄생기라고나 할까? 사람은 원래 악하게 태어났을까, 선하게 태어났을까? 이 철학적인 질문이 영화 속 주인공 루시 그레이의 대사 중 나온다. 가족만 생각하던 무너진 가문의 후예 스노우는 가정을 되살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가 받고 싶었던 상과 상금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헝거게임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게임메이커는 최고의 수재들을 이용한다.
캐피톨 사람들은 구역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그리 오래전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지 않았던 일들은 인류 역사상 있어 왔던 일이다. 구역인들 중 차출한 사람들을 우리에 넣고 굶겨 가며 헝거게임을 준비하는 야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캐피톨 독재자는 구역의 반군을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스노우가 멘토 역할을 하게 된 너무나 약해 보이는 루시 그레이에게는 사람을 사로잡는 노래를 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영화 전반에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가 있어 늦은 밤 집중해서 보았다.
액션 영화라고는 하지만 대사와 심리 묘사가 많다. 누군가는 지루했을 수도 있겠다. 헝거게임을 오래 접한 나에게는 익숙한 모킹제이나 캣니스 같은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반가웠지만 영화의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은 낯설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짧지 않음에도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 책을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찾아보니 모두 대출 중이거나 상호대차 중이어서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헌책으로 한 권 샀다. 책은 영화와 어떻게 같거나 다를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