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았다. 금요일 태권도 마치고 혼자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재미에 들렸다. 예매를 할 때 이미 예약된 좌석이 없으면 되도록 예매를 하지 않고 누군가가 이미 예약을 했을 때 본다. 몇 달 전 혼자 앉아 영화를 보았을 때 무서웠기 때문이다. 원래 로맨틱 코미디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얼핏 보니 작가와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 같아 얼른 예매했다. 도장 들어가기 전 급히 예매를 해서인지 결제 단계 마지막 버튼이 안 눌러져 있어 영화관에 가 다시 표를 사고 들어갔다. 이런 일은 나에게 흔하다. 예전엔 심지어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갔는데 같은 이름의 다른 곳에 있는 영화관을 예매하고 엉뚱한 곳에 들어가는 바람에 영화를 못 보고 돈을 날린 적도 있다.
상영관 안에 들어가니 조금 후 영화가 시작되었다. 뒷줄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첫 장면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책을 찍는 장면이었다. 행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동네북’이라는 출판사의 편집자인 현진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서울의 싱글 라이프에 대한 시리즈를 기획하고 작가를 섭외한다. 서울 편을 쓰기로 한 작가가 할 수 없게 되어 작가를 물색하던 중 대표로부터 한 인스타그램을 소개받는다. 감성적인 사진과 깔끔한 글을 올리는 그는 바로 한때 작가 지망생이자 학원 논술 강사인 영호. 알고 보니 현진의 대학 선배였다. 까칠한 성격의 영호를 설득해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낼 수 있을까?
영화 내내 흐르는 책들의 향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장면, 편집하는 장면, 책 재료 선정 회의 장면, 글 쓰는 장면 등 작가, 혹은 편집자가 로망인 사람, 아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좋아할 만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잔잔히 흐르는 감성적인 음악과 중간중간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행복을 주었다. 이동욱 배우는 베트남 여행에서 실제로 뵌 적이 있는데 얼굴이 정말 하얗고 키가 엄청 컸다. 임수정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참 귀엽고, 이솜 배우는 언제 봐도 멋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주인공들과 책으로 쌓인 인테리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고 나왔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가 필요한지 영화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출판의 과정을 책을 한 권 내면서 알 수 있었다. 책을 쓴 작가들이 모두 존경스럽다고 느꼈던 시간.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지만 좋아하는 이들 역시 수없이 존재하고, 책 읽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면이 많다. 오늘도 백지와 씨름하는 작가들, 좋은 책을 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출판인들이여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