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일정이 두 가지 있었다. 토요일은 교회 내 소모임인 가정교회 예배를 우리 집에서 드리는 것이고, 일요일은 다음 주 토요일에 있을 연주를 위해 반주를 맞추는 일이었다. 이런 날은 금요일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 성경을 조금 읽고 책을 읽다가 아침 식사를 하고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대청소를 이번 기회에 하기로 했다. 샤워 전 욕실 청소를 시작으로 싱크대 청소, 방 청소, 먼지 닦기 등 손 닿는 대로 청소를 했다. 손톱이 닳아 부러지고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집안 곳곳이 하나씩 반짝이기 시작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집안일을 원래 잘하지만 요즘은 더 솔선수범하는 남편도 묵묵히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여기저기 닦았다. 11시 반쯤 청소를 마친 우리는 남편 회사 근처 돈가스 맛집으로 향했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전부터 사 주겠다고 말하던 남편이 드디어 날을 잡은 것이다. 힘들게 일하고 먹는 돈가스 맛이 정말 좋았다.
들어오면서 장을 봐 왔다. 불고기와 가지볶음, 멸치볶음을 하고 간단히 어묵국을 끓이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 야채들을 손질해 썰어 놓고 오가며 잠깐씩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 짬짬이 넷플릭스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도 보았다. 오랫동안 짬 내어 보고 있는데 과격하긴 하지만 요즘 다시 사형제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많아지는 것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드라마였다. 가해자의 인권만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들이 받는 고통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예배 1시간 전부터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미리 손질해 둔 야채들을 볶고 끓여 20분 전에 모두 끝낼 수 있었다. 간단히 테이블을 세팅하고 손님들을 맞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식사를 하며 진한 정을 나누었다. 한 분이 다음날 생일이어서 축하도 해 드렸다. 청소하고 요리하느라 힘은 좀 들었지만 집도 깨끗하고 뿌듯한 하루였다. 밤에는 또 바이올린 연습을 조금 했다.
주일 아침, 영어 성경을 조금 읽고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다 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라는 책이다.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라 모임 전에 다 읽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씻은 후 바이올린 연습을 조금 했다. 아는 분의 제자 연주회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 곡 함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5분 정도 짧게 해야 해서 모차르트 소나타 28번 중 1악장을 반복 없이 하기로 했다. 악보를 읽기 시작한 지 일주일 남짓밖에 안 되어 아직 어설프지만, 어려운 곡이 아니어서 레슨 한 번으로 비교적 빨리 익힐 수 있었다.
예배 참석 후 햄버거를 사 먹으며 반주자와 만나기로 한 방배동으로 갔다.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손을 풀었다. 조금 후 반주자님이 오셨다. 처음 만난 분인데 친근하고 잘 맞춰 주셔서 세 번 정도 만에 끝났다. 반주자를 보내고 조금 더 연습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잠깐 책을 읽었다. 저녁에는 휴가로 집에 와 있던 셋째가 집에 가는 날이어서 가족과 식사를 하러 나갔다. 즐겨 가는 가성비 좋은 고깃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바쁘지만 보람 있는 주말을 보내고 잠깐 스터디카페에 들렀다. 많은 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맞는 혼자만의 시간이 값지다. 교회 챔버 악장, 세컨드 파트장 자매가 연주가 너무 많아져 1월부터 그만두겠다고 했다. 6~7년 함께했는데 이제 못 본다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다음에 오실 분을 미리 정해 두었다고 한다. 좋은 분이길. 한 해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월 초인가 하면 어느새 월말 교회 챔버 편곡비를 정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월이 이렇게 빠른데 나는 시간을 잘 부여잡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올해 계획한 일들 중 이룬 것도, 다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계획했기 때문에 반이라도 이룬 것이라 믿는다. 올해는 특히 책을 쓴 것이 무척 보람되다. 내년에도 한 권 더 쓰고 싶다. 한 해 동안 받은 축복과 은혜가 너무 크다. 내가 받아 누린 것을 나누는 내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