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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2. 2023

신일 므네모시네 윈드 오케스트라의 20회 정기연주회

뜻깊은 연주회를 보고 왔다. 에듀오케스트라 지휘자님이시기도 한 선생님이 정년퇴직 전 마지막 연주회를 하셨다. 벌써 20회를 맞는 신일 므네모시네 윈드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였다. 우리가 그 학교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기 때문에 해맑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연습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는데 무대에 선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음악 실력을 단련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단단해졌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찾아다니며 보는 편은 아니지만 작년에 보았던 19회 정기연주회에서 웅장한 아이들의 연주를 보았던 터라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미리 도착해 오케스트라 선생님과 식사를 하고 연주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케스트라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람했다. 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한 장학사님이 하얀 옷을 입고 나와 사회를 하셨다. 연주회를 다니며 느낀 것이지만 사회나 해설이 있으면 관객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내년에는 우리 오케스트라도 사회나 해설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야겠다. 수많은 세월을 아이들을 키워낸 선생님의 머리가 하얗게 되셨다. 새벽같이 출근해 연습실 문을 열고 밤 9시까지 기다리신 선생님, 온갖 공문과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때로 스스로 무거운 악기를 나르고 1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호되게 지도하셨을 선생님을 보니 뭉클했다.      


아이들의 연주 또한 멋졌다. 1학년이 많았음에도 지휘자님으로 하나 된 연주를 했다. 지난번 1000인 음악회 때 감탄했던 폼페이도 좋았고, 에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도 노래를 하신 선생님의 성악 곡도 멋졌다. 2부의 첫 두 곡은 졸업생들의 무대였는데 아마도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거나 음대생일 그들의 연주는 정말 듣기에 좋았다. 중학교에서 처음 악기를 잡았을지도 모를 그들은 어엿한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졸업생 중 음악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음악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선생님이 우리나라 음악 발전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졸업생들의 여유 있는 연주 후에는 아이들의 영화음악이 펼쳐졌다. 때론 강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연주했는데 특히 타악기의 활약이 대단했다. 관악기와 타악기는 서로 공존해야 더 큰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졸업생의 감사패 전달과 재학생의 편지 낭독, 그리고 선생님의 앙코르 곡과 또 하나의 곡을 연주했다. 감사패 전달 때는 잠깐 눈물이 났다.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나가 지휘자 선생님을 기다렸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선생님을 붙잡고 꽃다발을 드리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축하했다. 내년에는 강사로 계속 지휘를 하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다 같이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공연장 앞 카페가 문을 닫아 기침하느라 밤새 뒤척인 나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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