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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17. 2023

포에니스 제자연주회

거리연주를 하며 알게 된 바이올린 선생님의 두 번째 제자 연주회가 있었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한 곡 참가했다. 오케스트라 공연 후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어려운 곡을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고민하다 그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모차르트 소나타 28번을 골랐다. 5분 정도로 해야 해서 1악장만 반복 없이 하기로 하고 김봄소리 님의 공연 영상을 보며 활표시를 하고 읽어보았다. 숨고에서 알게 되어 곡 읽을 때 가끔 배우는 레슨 선생님께 레슨을 한 번 받으며 내가 잘못 읽은 부분이나 중점을 두어야 할 내용을 배웠다. 그 후 약 2주 동안 매일 조금씩 연습했다. 


연주하는 토요일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어 옷을 단단히 입고 출발했다. 경복궁역에서 가까운 데다 주차비가 비쌀 것 같아 지하철로 움직였다. 옷을 겹겹이 입어 몸은 춥지 않았지만 귀가 시릴 정도로 바람이 매서웠다. 연주회장에 도착하니 실내가 굉장히 따스해 좋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도착하신 바이올린 선생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준비를 조금 도왔다. 레슨하는 아이와 함께 와 아이를 살갑게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습할 수 있는 다른 방으로 이동해 앉아있으니 바이올린 동아리에서 오래 만나 온 다른 한분이 도착했다. 작년에도 제자연주회에 같이 참여한 분이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리허설하는 동안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 리허설 시간이 되어 연주회장으로 갔다. 저번에 한 번 만났던 반주자님과 맞추는데 한 군데에서 조금 빨리 들어가셔서 멈췄다가 다시 했다. 


연주가 시작되고 남은 관객 좌석이 없어 우리는 연습하던 방에 앉아 1부를 보냈고, 2부 때는 연주회장 안쪽 방으로 이동해 대기했다. 내 차례가 뒤쪽이었지만 대기하는 동안 떨리지 않았다. 태권도 한 이후로 떨림이 확연히 줄었다. 내 차례가 되어 무대로 나갔다. 관객이 코앞까지 가득차 있었지만 당당하게 시작했다. 리허설 때 피아노 선생님이 빨리 나갔던 부분을 이번에도 빨리 들어가셔서 잠깐 당황했지만 바로 맞게 따라오셔서 고비를 넘겼다. 많은 연주자들의 반주를 혼자 하다 보니 힘드실 것 같았다. 무사히 연주를 마치고 귀여운 아이들의 캐럴과 바이올린 선생님 앙상블 포에니스(북두칠성이라는 뜻)의 멋진 연주를 보았다.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예뻤다.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선물을 보고 놀랐다. 예쁜 높은음자리표 트로피와 도톰한 융에는 이름까지 새겨 주셔서 감동받았다. 바이올린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공연을 기획해서 성공적으로 해내시고 기념품까지 센스 있게 마련하신 선생님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힘들 것 같은데 연신 재미있다고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하시는 걸 보니 덩달아 힘이 났다. 짧은 시간에 곡을 완성해 무대에 섰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고, 이런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참가한 아이들과 성인 제자분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애써 연습하고 멋진 연주를 한 모든 이에게 박수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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