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약 3~4주간 무척 바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일이 많았다. 학기말 업무만으로도 일이 많은데 큰 학교폭력 사건 두 개가 연이어 일어나는 바람에 계속 부모님 전화받고 회의하고 공문 보내느라 정신없이 지냈다. 올해 아이들과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일이 많아 쉬는 시간에도 전화하거나 공문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내년에는 이 업무가 경찰 출신 분들에게 이양된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하는 날이 올까? 꼭 왔으면 좋겠다. 어쨌든 방학식날은 왔고, 아이들과 마지막 시간을 눈물바다로 보냈다. 정 많고 눈물 많은 우리 반 아이들. 앞으로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교실 정리를 하고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은 후 바로 고성으로 향했다. 여름에 묵었던 맹그로브 고성에 이틀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나선 길이다. 양가 부모님이 아프시고, 업무를 겨우 다 해놓긴 했지만 왠지 추가 연락이 올 것 같다는 마음에 내가 지금 한가롭게 여행을 가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다단한 마음일 때일수록 스스로를 정리하고 다잡을 필요가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므로 뒤돌아보지 않고 한 번에 고성까지 달렸다.
맹그로브는 지난여름 그대로였다. 겨울 바다는 더 아름다웠다. 묵었던 그 방 위쪽 침대가 내 자리였다. 여름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는지 바다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누운 자리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니 더 좋았다. 몸을 잠깐 뉘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속초로 갔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딸기빙수를 기억을 더듬어 검색해 찾아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먼저 먹으려고 감자옹심이를 찍고 갔는데 시장 안인 데다가 문을 닫아 먹지 못하고 바로 카페로 갔다. 카페 옆 식당은 일찍 문을 닫았고 근처에 먹을만한 곳이 없어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딸기빙수가 있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시키고 앉아 책을 읽었다. 빙수는 생각보다 달지 않아 맛이 좋았다. 계속 먹다 보니 춥고 기침이 나긴 했지만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다시 숙소로 오는 길, 내 집에 가는 것처럼 편안함이 기대되었다. 대충 씻고 로비에 앉았다. 대여섯 명의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음에 쓸 책을 구상할까 했는데 가져온 책 읽기에도 바쁠 것 같다. 자잘한 일들을 마무리한 후에는 독서삼매경에 빠져야겠다. 때때로 건물 바깥을 휘감고 도는 바람소리와 음악소리 다른 분들의 키보드 소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평온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