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어머니 방에 켜진 텔레비전에서 연말 시상식 수상소감이 한창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누구누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끝도 없이 울먹이며 이어가고 있다.
청력이 약해지면 치매가 더 빨리 진행된다는데 어머니의 경우 치매가 악화되면서 청력이 약해진 것 같다.
42인치 텔레비전에 코앞까지 다가가 볼륨을 보통 17까지는 올리고 보신다.
그러니 문을 닫아도 어머니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얼추 알 수 있다.
수상자들이 생방송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듣는 사람은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콕 집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참 멋지다.
생방송은 아니지만 나도 공적인 장인 브런치 글에 한 사람 한 사람 이름 부르며 고마움을 전할까?
2021년 한 해를 감사히 보낼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 아... 부를 이름이 너무 많다!!!
심지어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아는 누구누구까지 다 부르려면 새 해가 뜰 것 같다.
그중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로만 좁혀서 생각해보자... 고 해도 너무너무 많다!ㅎㅎㅎ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었던 우리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 매일 반갑게 인사하며 어머니를 맞아주시는 센터 어르신들, 경비아저씨, 아파트 이웃분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기도해주시는 지인들, 단골 미용실 원장님, 장기요양보험공단 직원분, 약국 선생님, 신경과 선생님, 치과 선생님, 정형외과 선생님, 건강검진기관의 도우미 분도...
나 혼자였다면 어머니 돌봄은 불. 가. 능.
고맙고도 고마운 분들께
"우리 어머니 함께 돌봐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2021년 한 해가 무사히 저물고 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진정어린 눈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