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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까 울을까 망설였다네

치매도 육아처럼 25

by 박경주

귀여운 꼬마가 닭장에 가서

암탉을 잡으려다 놓쳤다네

닭장밖에 있던 배고픈 여우

옳거니 하면서 물고 갔다네

꼭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꼭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귀여운 꼬마가 그 꼴을 보고

웃을까 울을까 망설였다네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요즘말로 '웃프다'로 표현해 보아도

어릴 적 부르던 동요 속 꼬마의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 같으면 비명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틀어막고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릴 것 같은데 세상에, 웃을까 망설이다니!


그런데 어머니의 치매가 악화되면서 웃을지 울을지 망설이게 되는 그야말로 웃픈 장면들을 수시로 맞닥뜨렸다.

동요 속 꼬마도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돌아보니 웃을지 울을지 망설인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이제 어머니의 에피소드는 웃음기 걷힌 자리에 안타까움과 슬픔만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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