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육아처럼 47
어머니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새 친구라고 하기엔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졸졸졸 따라다니기만 하시니 짝사랑 상대라고 해야 하나?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를 그분은 뇌를 다쳐 인지능력이 7~8세 정도인, 쉰 후반의 정은지(가명)씨다.
젊고, 하얀 피부에 체격이 있어서 단연 돋보이는 데다, 경상도 사투리만 가득한 곳에서 유일하게 서울말을 쓰니 어머니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분.
입소 후, 롤러코스트처럼 기복이 심한 적응의 시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에도 마음 나눌 분을 찾은 것이니 생명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어머니는 격리시간을 끝내자마자 정은지 씨에게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밥 먹을 때, 프로그램할 때도 꼭 정은지 씨 옆을 지키고 화장실 갈 때조차 졸졸졸 따라다니고 심지어 잘 때도 같이 자겠다고 일인용 침대에 함께 눕고^^;;;
정은지 씨는 미소가 곱고 순한 분이다. 고운 마음이 그대로 비치는 얼굴.
어머니가 아무리 성가시게 해도 도망 다니거나 난처해하기만 할 뿐 어머니에게 화를 내거나 밀치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정은지 씨는 어릴 때도 그렇게 착한 심성으로 주위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이다. 지금도 그녀를 사랑하던 이들이 함께 아프고 안타까워하며 요양원생활을 응원하고 계시겠지..
나는 그녀를 위한 티셔츠 한 장을 신중히 골랐다. 벌써 더워지는 계절이라 그나마 긴 팔도 아닌 짧은 팔 티셔츠 한 장이니 내 고마운 마음이 담기기엔 턱도 없는데, 그녀는 티셔츠를 입고 화사한 얼굴로 어머니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어머니가 입소한 지 벌써 햇수로 5년, 이제 예순이 훌쩍 넘은 정은지 씨는 지금도 변함없이 어머니와 다정한 친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