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예쁘다 감옥' 의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서 30년을 살았다.
예쁘다 감옥 안에서, 남편과 커플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예쁘게 안 나왔을까봐 벌벌 떤다.
수감된 건 10살 때의 일이었다. 의료사고였다.
턱의 씹는 근육이 조금 늦게 발달했을 뿐인데, 엄마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려간 교정 치과에서는 나의 하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동안 교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교정으로 나의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버렸다. 볼록했던 이마는 균형을 못 이겨 좁아졌고 볼 근육은 턱뼈를 따라 늘어졌다. 입 안이 비좁아지자 치아가 전체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왔다.
10살짜리 아스퍼거 소녀였던 나는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태도가 변하는 게 내 마음 속에 상처가 되어 쌓이고 있는지조차 스스로 느끼지 못했다. 우연히 방문했던 또다른 치과에서 지금 하고 있는 엉터리 교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할 때까지 내 얼굴은 하루하루 더 길어지고 있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치아 교정을 다시 했지만 예전의 얼굴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살도 많이 쪘다.
몇 년이 지나 상황 인식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에야 나는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목놓아 울었다.
아픈 사춘기가 자연스레 뒤따랐다.
"너는 눈하고 코까지만 예뻐."
"어떻게 사람 얼굴이 그렇게까지 길 수가 있어? 말이야?"
"야 너네 엄마는 미인이시다.. 너는 왜 이렇게 못생겼어?"
주변의 또래 아이들이 의미없이 툭툭 내뱉는 수많은 말들이 비수가 되어 여린 심장에 날아와 팍팍 꽂히고는 영영 뽑히지 않았다. '추녀' 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엔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났다. 예쁜 여학생 옆에 서면 한없이 주눅들었고, 그 예쁨이 받는 사랑이 원래는 내가 받을 수도 있던 것이었다는 박탈감에 괴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남학생은 있어도 나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예뻐야, 예쁜 만큼,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사랑 받는다.
나는 이 모습으로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사랑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가족 외에는 사랑받을 자신이 없다.
......
내가 경험들을 통해 하나하나 빚어 만든 신념들이 나를 가두는 창살들이 되었고, 창살들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뾰족해졌다.
그 동안 내가 쌓아올린 신념들 중에 진실인 것도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 아름다운 외모가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반전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의 세계에서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는 데에 있었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굉장히 심플했고, 그 사실에 대한 선택권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주어져 있었다.
"나는 나를 이 모습 이대로 사랑하는가???"
내가 예쁘다 감옥 안에서 썩어갔던 건 치아 교정 사고 때문도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예쁘면 좋아하고, 못 생겼으면 미워하기로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로 하자,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의 가치와 사랑스러움을 다른 사람들의 심판대에 올려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스러움'과 '사랑스럽지 않음' 의 두 심판 결과 사이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기쁨과 좌절의 시소게임에 나날이 지쳐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모든 삶의 여정이 신의 섭리 안에서 완벽했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 때, 엄마가 진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나의 엄마는 스스로도 진실을 몰랐기 때문에 울고 있는 나를 도와줄 수 없었다. 엄마는 교정 치과를 데리고 간 데 대한 죄책감에 평생 시달렸고,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옷을 사입혀서 변한 외모를 덮으려고 노력했지만, 덮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엄마가 그 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더라면... 지난 30년의 내 삶이 어땠을까.
"딸아, 얼마나 속상하고 슬프니... 엄마가 너를 한결같이 사랑하듯, 너도 너 자신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렴. 다른 사람들이 너를 칭송할 때도 무관심할 때도, 너에게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는 너 자신이 있단다. 그걸 기억하는 한, 너의 마음의 빛이 꺼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야."
지금은 내가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줄 수가 있다.
30년 동안 살아온 예쁘다 감옥에서 이제 출소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