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아 Nov 29. 2023

집옷 프로젝트) 첫 원단 구매

당근 케이크

집밥같은 집옷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난 며칠 후, 남편과 함께 큰 맘 먹고 세시간을 운전해서 광장시장에 갔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 한참을 눈만 굴리며 돌아다니다가 상인들이 줄지어 서서 짜투리 원단을 팔고 있는 골목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신이 났던 거다. 옷으로 만들면 너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드는 원단들이 너무 많았다. 이걸 사볼까 저걸 사볼까 하다가,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원단을 기어이 사고야 말았다. 그것도 두 개나. 재질은 같은 종류인데 하나는 파란색, 하나는 카키색. 한 색상에 4만5천원이었다. 다해서 원단 9만원어치를 산 것이다. 짜투리 원단인데 좀 비싸다 싶었지만, 재질이 좋아서 그런건가보다고 생각했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먼저 파란색 원단을 조금 잘라 간단한 바느질을 좀 해 보니 내 몸에 온통 파란색 솜털이 묻었다.

책에서 보니까 원단을 처음에 물에 한 번 담갔다 말려주고 난 후 사용해야 한댔는데.. 그걸 안해서 그런 걸까?


원단을 화장실로 들고 들어가 플라스틱 통 안에 넣고 헹구어 주었다.

파란색 털이 어찌나 많이 나오던지 화장실 바닥이 온통 파래졌다.


분명 이거 파셨던 분이 이 원단은 좋은 울 소재랬는데...

그래. 처음 헹구는 거라서 그런 걸거야....


헹군 원단을 늘어나지 않도록 가지런히 펴서 말려 주었다.

자 이제 말리고 나면 괜찮아질거야.


그 날 저녁 바닥을 쓸면서 보니 원단을 말려둔 빨래 건조대 밑 바닥이 온통 파란색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하루를 더 말렸다.

그 다음날에도, 전날만큼은 아니었지만, 바닥에 파란 솜털이 수북했다.


아아 이쯤되면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잘못 샀다는 거.

그런데 인정하기가 정말 싫다. 남편과 함께 왕복 6시간을 운전했고,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시장을 열심히 돌아다녔고, 바가지까지 써가면서 9만원이나 썼다. 9만원이면 코스트코에서 캐시미어 스웨타를 그냥 하나 살 수도 있는 돈이었다.


뭐 이렇게 배워가는 거겠지.

...... 라고 생각해도 마음이 조금은 아프다.

남편이 그 날은 첫날이니까 원단 파는 그 곳을 구경만 하고 사지는 말자 했었는데.. 그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걸.

이제 저걸 어쩌지.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원단에 대해 아직 잘 모를 땐 짜투리 가게에서 사는 걸 삼가자. 내 눈에 좋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


남편이 당근 케이크를 좋아한다. 어릴 때 당근 쥬스를 마셨을 때는 너무 맛없어서 토했는데, 대학교 때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당근 케이크를 처음 맛본 순간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도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카페마다 찾아다니며 당근 케이크를 맛보면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늘은 남편을 위해 당근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달걀 3개

비정제 갈색 설탕 155g

통밀가루 100g

밀가루 110g

시나몬 파우더 3g

베이킹 파우더 6g

바닐라 익스트랙트 2g

포도씨유 130g


다진 당근 180g

으깬 호두 50g

소금


이렇게 넣고 오븐 175도에서 40분 익혔다.


맛있긴 했는데, 아 이 맛이다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우리 부부의 입맛에는 단짠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설탕을 이번보다 조금 더 넣고 메이플 시럽도 좀 넣어봐야겠다.

풍미도 지금보다 더 진하면 좋겠다. 시나몬 파우더를 조금 더 넣어도 좋을 것 같고, 계피와 잘 어울리는 사과 농축액을 좀 넣으면 더 풍미가 있지 않을까.


흠 다음에 다시 해보는 걸로.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원망, 그리고 나의 Daddy issu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