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파이
"I will hold your heart more tenderly than my own."
당신의 마음을 나의 마음보다 더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5 to 7' 이라는 영화를 보던 중에 대사 한마디가 내 마음에 파고들어왔다.
영화는 유부녀가 바람핀다는 스토리이긴 했으나 이 대사만큼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의 내면에도 이러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내 마음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당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8년 반 동안, 내가 남편으로 인해 마음 상했던 기억은 가슴팍에 화석처럼 새겨놓고, 남편이 나로 인해 아파했던 기억은 땅에 떨어진 빗방울이 온데간데 없이 증발되듯 가볍게 날렸다.
내가 그러고 있는지조차 알지도 못했다.
결국 난 엄마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엄마가 아빠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수없이 되뇌이는 걸 듣고 크면서 나는 아빠가 가해자고 엄마는 피해자라고 배웠다.
아빠가 자식인 나에게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상처를 받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걸 마흔이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아빠는 상처가 없었던 게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 지켜준 거였다.
오히려, 나에게 아빠의 치부들을 낱낱이 되풀이한 것 부터가 엄마가 아빠에게 던진 돌이었다. 그것만 해도 아빠가 엄마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다 합한 것보다 크지 않을까.
근데 엄마가 아빠에게 준 상처가 어디 그것 뿐인가.
왜곡된 피해의식. 이거야말로 내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들 중 가장 아픈 부분인 것 같다.
미안한 감정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되어 있고, 원망하는 감정은 빠지지 않는 붓기처럼 커져 있다.
나로 인해 당신이 아프게 되면 습관적으로 외면해 버린다.
이 유산을 붙들고 있는 한 '당신의 마음을 나의 마음보다 더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는 불가능하다.
사랑이 불가능하다.
이런 나 같은 사람도 남편의 마음을 나의 마음보다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2024년에는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를 소망해 본다.
원망의 늪에서 탈탈 털고 나와 사랑과 감사의 강물에서 시원하게 수영하기를.
나의 사랑으로 인해 남편이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
오늘은 남편에게 막 구운 호두파이를 내밀었다.
계피를 좋아하는 남편은 호두파이의 냄새와 맛에 행복해 했다.
파이 크러스트를 만든다.
밀가루 150g 에 차가운 채로 잘게 썰은 버터 80g을 소보로 가루나 옥수수빵 가루처럼 될 때까지 짓이기고 비벼준다.
설탕(비정제 갈색설탕) 20g 과 소금 2g 을 섞고 난 후, 달걀 한 개를 한 쪽에 넣고 포크로 휘핑한 후 가루들과 섞어준다.
반죽을 냉장고에 넣고 1시간 정도 휴지시킨다.
파이 속을 만든다.
호두 125g 과 피칸 25g 을 씻어서 잠깐 끓여준다. 식으면 비닐에 넣고 부엌용 망치로 으깨준다.
버터 100g, 비정제 갈색 설탕 80g, 메이플 시럽 2큰술, 꿀 1큰술, 조청 1큰술, 소금, 계피가루를 적당히 넣고 약불에 잘 녹인 후 잠시 식힌다.
거기다 바닐라 익스트랙 2g (생략가능)
좀 식으면 달걀 2개를 잘 섞어준다.
준비한 호두와 피칸을 같이 섞어둔다.
파이 크러스트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잘 펴서 타르트틀에 예쁘게 넣고 종이 호일을 얹고 그 위에 콩을 좀 얹은 후 165도 오븐에서 15분 정도 익힌 후, 종이호일과 콩을 빼고 5분 정도 더 익힌다.
파이 크러스트에 파이 속을 넣고 165도(오븐에 따라 170도) 오븐에서 38~45분 정도 익혀준다.
잠시 식혔다가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