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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an 05. 2024

남편 헤어컷하러 서울나들이 갑니다

소고기 라볶이

남편의 머리가 덥수룩해진다 싶으면 신이 난다.

서울 나들이를 다녀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 이사왔을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헤어컷을 해주는 미용실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하고 한참을 방황했다. 남편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괜찮은 미용실이 숨어있을 수도 있어' 하고 씩씩하게 집 앞의 미용실에 가서 헤어컷을 했다가 한 시간만에 시골 아저씨가 되어 돌아왔다. 처음 보는 남편의 구수한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안되겠다. 그냥 서울에 있는 미용실에 가보자.

열의와 성심을 다해서 몇날 며칠 동안 인터넷 뒤지다가, 이태원에 있는 <블리스풀> 이라는 바버샵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 바버샵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신선한 놀라움을 지금도 기억한다. 미용사 분께서는 나보다 더 긴듯한 고불거리는 머리를 하고 계셨는데, 수염도 거의 그만큼 길어서, 언뜻 보면 털과 눈 밖에 안 보였다. 팔은 온통 문신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 도인같은 분께서 깎듯하게 예를 갖추어 주시면서 세심한 친절함으로 대해 주시니 감사함을 두 배로 느꼈던 것 같다. 바버샵은 골목으로 약간 들어간 곳의 2층에 있었는데, 이런저런 감각적인 소품들과 포토들이 그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 공간에 틀어놓은 고풍스러운 재즈가 참 멋스럽다고 생각했다.


"청아야 오빠 어때?"

헤어컷을 마친 남편이 물었다.


돌아본 순간, 가슴 안에 무언가가 꿈틀했다. 설레임 때문에 잠시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서 있었다. 헤어컷 하나로도 사람이 이렇게 활기차 보이고 힘이 있어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남편 자체의 매력이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날부터 우리는 그 미용실의 고정 손님이 되었다.


정확히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략 한달 반에 한 번 정도, 남편의 머리가 좀 지저분해졌다 싶으면 헤어컷을 하러 간다. 머리를 손질하러 대전에서 이태원까지 왕복 5시간이 넘게 운전해서 다니는 게 어찌보면 오버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이 번거롭지 않고 그저 즐겁다.

우리가 만족하는 스타일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니까.


남편의 헤어컷을 하러 서울에 갈 때마다, 우리는 열심히 서울을 즐기다 돌아온다.

sns에 지인들이 좋았다고 올렸던 전시회들, 걸어보고 싶었던 거리들,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보고 가보고 싶었던 레스토랑들, 백화점들... 등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스팟들을 평소에 하나 둘씩 모아 두었다가, 마침내 서울에 가는 날 신나게 경험을 한다.

지방에서는 느끼기 힘든 서울만의 열정과 감각을 이때다 하고 있는 힘껏 들이마셔 내 안에 충전해 놓는다.


어제가 남편 헤어컷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는 이태원의 <부자피자> 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전에 인터넷에서도 본 적이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성시경 님이 가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는 가보고 싶어졌다. 웨이팅이 워낙 많은 곳으로 유명했지만, 테이블링을 통해서 줄서기를 한 덕에 추운 밖에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보통 샐러드를 주문하지 않는 편인데, 성시경 님의 동영상을 보고 우리도 시저 샐러드를 시도해 보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자가 유명한 집이었지만, 우리는 피자보다 오히려 이 샐러드에 감동받았던 것 같다. 드레싱이 오버스럽지 않고 조용히 거드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로메인 위에 적당히 뿌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풍미가 살려져 샐러드 전체의 향을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채소 옆의 인도식 난 같은 느낌의, 가운데가 텅 빈 쫀득하고 단백한 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빵과 채소와 베이컨을 한 입에 넣으면 그 맛이 완벽한 듯 느껴졌다. 피자 도우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 것 같았던 그 빵을 나도 집에 돌아가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라자냐를 좋아해서 그걸 주문하고 싶었는데 그 날 레스토랑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라자냐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다음번에 서울에 가면 <부자피자> 를 한 번 더 가서 라자냐를 먹어보기로 했다.


부자피자를 나오니 그 앞에 <아벡 쉐리> 라는 소금빵 집이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실력자의 솜씨가 느껴지는 훌륭한 소금빵과 휘낭시에였다. 함께 주문한 밀크티도 당도가 딱 좋았고 향기로웠다. 카페 운영하시는 분 중에 그림 그리시는 분이 계신지, 카페 이곳 저곳에 매력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작은 천가방에 그려진 초록색 새의 그림도 왠지 힘이 있어 보였고, 휴지에 인쇄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그림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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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고기가 들어간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소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둔다.


프라이펜 (혹은 바닥이 좀 두꺼운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파와 편으로 썰은 마늘을 같이 볶다가

소고기 (나는 토시살을 사용했지만, 다진 소고기도 좋다.)와 월계수잎을 같이 넣고 익혀준다.

진간장, 까나리 액젓, 멸치 액젓, 쯔유를 프라이펜 바닥에 넣고 잠시 끓였다가 섞어준다.

소금 (죽염) 도 살짝만 넣어준다.

청주를 넣고 볶으면서 날려준다.

다진 마늘과 약간의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같이 볶아준다.

설탕을 좀 넣고 같이 볶아준다.

다 익었다 싶으면 고추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볶아준다.


고추가루가 고소해지면, 물을 붓는다.

채 썬 양파와 손가락 길이로 썰은 파를 같이 넣는다.

소고기에서 맛이 우러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끓이는 게 좋은 것 같다. 30분~1시간 정도.


우리는 떡볶이를 만들 때 떡국떡을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한살림에서 파는 냉동 현미 떡국떡을 사용했다.

떡을 넣고 반쯤 익었을 때 라면 사리를 넣는다.


떡과 라면사리에서 전분이 나오니, 전분 가루를 따로 넣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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