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습니다
이모는 어린 저의 머리를 빗겨주며 늘 말했습니다.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 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 돼 ”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모는 괘종시계 안에 엄마의 사진과 싱그러운 꽃다발을 넣어놓았습니다. 괘종시계 안에엄마는 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노여워하지 않아요, 노여워하는 것은 이모입니다.
- 톡. 톡.. 도르륵 도르륵
소리를 내며 나무 구슬이 바닥을 굴러왔습니다. 구슬이 굴러온 곳을 보았을 때, 이모는 괘종시계 앞에 엎드려 나무 구슬로 만든 목걸이 같은 것을 쥐고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내영혼의안식을돋우시고부디노여워말며바른길로인도하시어당신의집에사오리다내영혼의안식을돋우시고부디노여워말며바른길로인도하시어당신의집에사오리다내영혼의안식을돋우시고부디노여워말며바른길로인도하시어당신의집에사오리”
이모는 기다란 머리를 풀어 해지고 괘종시계에 매달려 알 수 없는 기도를 연신 외웠습니다. 어린 저는 그런 이모를 숨어서 지켜보았습니다.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로 이모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에선 흰자를 도르륵 도르륵 돌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드르륵 드르륵 득 드르륵 득 드르륵 드르륵 득 드르륵 타닥 탁 탁탁탁
이모는 괘종시계에 매달린 채로 괘종시계를 연신 손톱으로 박박 긁었습니다. 천천히 드르륵, 천천히 드르륵 거리던 소리는 타닥탁탁탁탁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괘종시계를 긁었습니다. 알몸 상태로 괘종시계에 매달려 나무를 긁는 이모의 모습은 아침마다 저의 머리를 빗겨주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 같았고 이모의 다리 사이로는 어떤 액체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액체의 역겹고 구역질 나는 냄새는 온 집안을 잠식했고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왔습니다.
“우욱.. 욱.”
헛구역질이 나오는 입을 어떻게든 틀어막으려 했지만, 고약한 냄새에 손 틈 사이로 잠들기 전 먹은 토마토주스가 쏟아져나왔습니다. 주르륵거리고 물컹거리는 빨간 주스가 뚝 뚝 떨어졌습니다.
“연안아”
“이..이모.. 우욱.. 욱….”
발가벗은 이모는 제게 달려오다 알 수 없는 액체를 밟고 우당탕 소리를 내며 크게 미끄러지며 넘어졌습니다. 일어나고자 하면 그 액체에 의해 다시 쿠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졌습니다, 나를 돌봐주기 위해 달려오는 모습임을 알았지만, 발가벗은 채로 알 수 없는 액체에 뒤덮여 쿵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고 다시 일어나다 미끄러짐을 반복하는 모양이 너무나 괴이하게 다가왔습니다. 썩은 내가 나는 이모는 저를 꼭 안아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저는 이모의 구역질 나는 냄새에 의해 끊임없이 토악질했습니다.
“연안아, 우리 연안이”
구토를 멈추지 못해 입안에선 속절없이 소화되지 못한 토마토주스가 흘렀고 이모는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며 맨손으로 제 입을 닦아주었습니다. 이모는 다정스레 제 입을 닦아주며
“우리들의연약하고궁핍한영혼에기름을부어주시고전능하신존재여많은은혜를경험하며거룩한존재의보혈로덮어주시어저의믿음으로결단하여주시어잉태하였고영원히사는것을믿습니다우리들의연약하고궁핍한영혼에기름을부어주시고전능하신존재여많은은혜를경험하며거룩한존재의보혈로덮어주시어저의믿음으로결단하여주시어잉태하였고영원히사는것을믿습니다우리들의연약하고궁핍한영혼에기름을부어주시고전능하신존재여많은은혜를경험하며거룩한존재의보혈로덮어주시어저의믿음으로결단하여주시어잉태하였고영원히사는것을믿습니다우리들의연약하고궁핍한영혼에기름을부어주시고전능하신존재여많은은혜를경험하며거룩한존재의보혈로덮어주시어저의믿음으로결단하여주시어잉태하였고영원히사는것을믿습니다우리들의연약하고궁핍한영혼에기름을부어주시고전능하신존재여많은은혜를경험하며거룩한존재의보혈로덮어주시어저의믿음으로결단하여주시어잉태하였고영원히사는것을믿습니다”
끊임없이 중얼거렸습니다. 멈추지않는 이모의 목소리, 목소리가 점점 이모의 목소리가 아닌 알 수 없는 소리처럼 들리고 반복되는 알 수없는 말과 동일한 음성은 사람의 말이 아닌 도르륵 도르륵 탁 탁 타다닥 타탁 같은 떨어진 나무구슬 혹은 벽을 긁는 괘종시계소리였고 나를 감싸안고 다독여주는 이모의 얼굴을 보았을땐 기다랗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벌린 입속에선 드르륵 탁 타탁 탁탁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이모는 평소와 같이 저의 머리를 빗어주며 말했습니다.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돼 ”
괘종시계 옆 선반에는 토마토쥬스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이모는 평소와 같이 저의 머리를 빗겨주며 말했습니다.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 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 돼 ”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모는 평소와 같이 저의 머리를 빗겨주며 말했습니다.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 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 돼 ”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 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 돼 ”
“저 괘종시계 안에는 엄마가 있으니, 손을 대면 안 돼,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괘종시계를 절대로 열어봐선 안 돼 ”
저는 괘종시계를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 역겹고 구역질 나는 액체는 괘종시계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괘종시계 앞에 한참을 서서 웃고 있는 엄마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엄마를 바라보는 동안 저의 양말은 괘종시계에서 흐르는 액체에 의해 젖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저의 강아지 토토는 젖어버린 양말을 핥아주었습니다. 토토를 안고 제가 사랑하는 어항 속 물고기, 로빈을 바라보며 앉아있었습니다. 이모는 저의 머리를 빗겨주며 제게 물었습니다.
“연안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 토토와 로빈을 가장 사랑해요. 그리고 이모를 사랑해요”
이모는 다정히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엄마가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에요? ”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그리고 연안이와 토토, 로빈, 연안이가 먹던 토마토주스, 싱그러운 꽃다발”
이모는 잠시 숨을 고르다 말했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것들을 괘종시계 안에 담아주어야 한단다. 엄마가 노여워하지 않게 사랑하는 것들을 넣어주어야 해”
“이모는 괘종시계 안에 들어갈 거예요?”
- 드르륵, 드르륵 탁. 타닥 타닥 탁 탁 드르륵 드륵
이모의 벌어진 입안에선 나무 구슬과 괘종시계를 긁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이후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우당탕탕, 탁 탁 드르륵 탁 탁
구역질 나는 썩은 냄새는 온 집안을 잠식했고 끈적이는 액체가, 로빈의 어항은 깨져버려 유리 파편이 온 집안에 낭자했습니다. 썩은 내가 나는 이모는 엎드려 있었고 이모의 옆엔 로빈이 팔딱거리고 있었습니다. 구부정한 이모의 옆모습, 앙상한 갈비뼈가 훤히 드러났습니다. 등을 구부린 이모는 목을 꺾어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렴”
“엄마가 사랑하는 것들을 괘종시계 안에 담아주어야 한단다”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이모는 허공을 바라보며 저와 나눈 대화를 반복했습니다.
- 왈 왈!
제가 사랑하는 강아지 토토는 그런 이모를 향해 매섭게 짖었습니다.
“엄마는 저를 가장 사랑해요”
저는 이모에게 달려가 매달렸습니다. 발이 따끔하고 뜨거워졌습니다. 유리 파편을 밟아 양말이 피에 젖은 채로 이모의 다리를 흔들며 울부짖었습니다.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했지”
이모는 괘종시계 앞으로 기어가 괘종시계를 열어 머리를 욱여넣었습니다. 바닥을 기어가는 탓에 유리 파편들이 이모의 팔을 긁어 상처를 냈지만, 이모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기어가는 이모의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엄마는 엄마가 사랑하는 것들을 잡아갈 거예요, 엄마는 괘종시계 안에서 엄마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조리 다 먹어버릴 거예요. 엄마는 이모를 먹어버릴 거야! 엄마는 이모를 가장 사랑하니까!!!”
이모는 제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다리에 매달린 저를 무시한 채 벌떡 일어나 괘종시계를 긁어댔습니다. 괘종시계에선 여전히 구역질 나는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이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괘종시계를 긁어댔습니다. 저는 이모의 다리를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가 이모를 잡아먹을 거야!!”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온 집안이 조용해졌습니다. 흐르는 액체에 미끄러져 이모는 괘종시계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있었습니다. 그런 이모는 누운 채로 저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이모는 제게 손을 뻗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이모의 곁으로 기어갔고 제 손에는 괘종시계에서 흐른 액체인지 이모의 머리통에서 흐르는 피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찰박거렸습니다.
“연안아..”
“이모.. 이모, 잘못했어요..”
“괜찮아..”
이모는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저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저는 이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부짖었습니다.
“연안아, 이모는 엄마를 가장 사랑했어..”
괘종시계 아래, 축 처진 이모에게서 비릿한 냄새가 났습니다. 비릿하고 축축한 액체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모의 장례가 끝나있었고 저는 제가 사랑하는 강아지 토토와 괘종시계 앞에 앉아 그 안에서 웃는 엄마의 사진과 이모의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괘종시계에선 더 이상 역겹고 구역질 나는 액체가 흐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