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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무화과 Apr 16. 2024

이름도 모르는 이를 추모하는 일

이름도 모르는 이를 추모하는 일은 멍이 든다.


그리워하고 아까워하지만 그 대상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니 그리움과 아픔의 대상조차 없다.


볕이 좋았던 어느 날에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햇빛, 소란스러웠던 아이들의 소리, 안도의 한숨. 온도와 풀내음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아까운 그 생명은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생명을 그리워하고 아까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


어떤 삶을 보냈는지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네가 여전히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가정을 한다.


너무 착해서. 네가 너무 착해서 아프지 말라고 세상에 쑥 나왔을 네가,


우주에 단 하나뿐인 새빨간 수박이었던 네가,


폭설로 온 세상이 조용해지고 고요해지던 날에 와준 네가,


얼굴도 이름도 목소리도 모르는 네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가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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