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을 꿨다
조카와 가족들이랑 신나게 놀러 갔는데, 저녁이 되고 어두워졌을 때 큰아빠랑 나만 둘이서 손 잡고 구제샵에 놀러 갔다. 창이 큰 가게였는데 큰 아빠가 갑자기 창밖을 보고 “뛰어내리지 마, 뛰지 마 그러지 마 위험해 하지마” 이러는 것이다.
그래서 바깥에 조카가 있나? 하고 보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큰아빠가 계속 “하지 마 그러지 마 죽으려고 하지 마”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큰아빠 밖에 뭐가 있어?라고 물었다. 물으며 속으로 큰아빠가 ‘이제 나이가 있으니 치매에 걸렸나? 가족들 오자마자 말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큰아빠는 “혜지, 혜지가 있잖아 이랬다.” 나의 사촌언니인 혜지언니는 오늘 우리와 같이 여행 오지 않았는데 큰아빠는 혜지언니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니가 뭘 하고 있는데?”라고 물으니 “혜지가 죽으려고 하잖아.” 나는 보이지
않는다고 답하니 큰아빠가 그랬다. “혜지는 늘 죽으려고 하지, 뭐. 겨울이 오면 겨울이 와서, 날씨가 추우면 추워서, 여름이 오면 여름이 와서 밤이 오면 밤이 와서 늘 죽으려고 하지 맨날 맨날 지 아빠를 두고 죽으려고 하지.” 그 말을 들으니 숨이 턱 막혔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서 큰아빠를 그냥 안고 있었다. 그렇지 언니는 늘 그렇지, 언니는 늘 죽으려 하고 우리는 늘 그걸 막지. 그래서 큰 아빠에게만 보이는 혜지언니가 헛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나도 언니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상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나라고 다른가? 혜지언니는 가족들에게 죽고 싶다고 늘 말하기라도 하지. 나는 말도 않는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겨울이 오면 겨울이 와서, 날씨가 추으면 추워서, 여름이 오면 여름이 와서 밤이 오면 밤이 와서 늘 죽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