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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Mar 11. 2023

[일상] 프리다이빙, 나만 어렵니?

프리다이빙 초보 도전기


김병만이 사람을 버려놨다,로 프리다이빙(줄여서 프다)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ㅋㅋ

깊은 수심에 물안경 하나 끼고 들어가서 자유롭게 고기도 잡고 조개도 줍고,

그 위로 일렁이는 햇살, 아름다운 반짝임...



까지는 이상,

아래는 현실.


일단 나는 수영은 할 줄 알지만 발이 닿는 곳에서 하며ㅋㅋ 스쿠버도 할 줄 알지만 산소가 있어서 한 거였다.


프다는 산소가 없어...

아니, 있는데 내 몸통에 있다.


강사님과 카페에서 만나 이론 교육부터 받았다.


불특정다수가 보는 인스타나 블로그에 회원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이면서 같은 성별이면서, 내가 스쿠버를 패디에서 배웠기 때문에 패디쪽 강사를 택했다.


더 유명하고 사람 많은 곳도 있었는데 카페에 다이빙과 관련도 없는 사진 등 개인정보를 많이 공개해야 가입되는 것도 불편하고


인스타용 사진 찍고 노는 곳도 걸렀다.


어쩌면 다들 한결같이 남 보여주는 사진에 미춰~있는 걸까.


아무튼 이 강사님은 진지하고 단호하고 꼼꼼하셨다.

5미터짜리 수영장의 바닥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아득해지긴 했는데, 수트가 워낙 부력이 좋아서 물속에서 그냥 둥둥 떴다. 스쿠버나 서핑에서 수트를 믿었기 때문에 깊은 물에 대한 공포는 금방 사라졌는데,


핀이 너무 아팠다. 오리발을 껴본 적이 없어서 핀이 이렇게 크고 무겁고 하체 힘을 많이 쓰는 줄 몰랐다. 영상 보면 그냥 지느러미인 양 부드럽게 다니는데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발이 따로 노는데...발등에 힘을 주고 핀을 물 아래로 내리는 게 되지가 않고 무릎도 굽혔다가 페달을 밟았다가 아주 생쇼를...

결국 발에 피 봤다.ㅋㅋ 발등도 다 까졌다.


스피닝 배울 때 느꼈던 건데 운동 전문가는 초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미 자신은 관련 근육을 다 키워놨기 때문에 힘들지가 않다. 누군가는 체력이 방전될 수 있다는 것도 잘 믿지 않는다.ㅋㅋ

그래서 초보자는 운동을 배울 때 자존심을 접어두고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물론 스피닝 강사님은 안 믿어주셨다ㅋㅋ) 초보자의 수준을 어필해놔야 초보자의 눈으로 이 스포츠를 다시 볼 수가 있다.


그래도 진심으로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ㅋㅋ 왜 저게 안 되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배우는 입장에서도 징징거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꾹 참고 버티는 것도 많을 것이다.


프다 강사님은 내가 못하는 것도 차근차근 설명하고 몇 번이고 기다려주셔서 다행이었다. 나도 내 몸을 백 프로 쓰려고 했지만 어려웠다ㅋㅋㅋ


요청하지 않으면 쉬는 시간이 없고 씹는 음식 섭취는 안 되는 것 같으니 담에는 보온병에 초코우유 담아가서 먹어야겠다. 세 시간 내내, 중간에 체온 떨어져서 온수 샤워하는 거 말고는 물에 있다...진짜 힘들다...밥도 소화 안 될까봐 한참 일찍 먹고 점심은 거른 상태에다 이뇨 때문에 늘 마시던 커피도 안 마신 상태라 체력도 정신도 돌아오지를 않..


덕다이빙이 제일 안 됐는데 납을 달아도 몸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힘을 빡 줘야 하는데 힘은 다 쓴 지 오래..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이퀄도 4미터 넘어가면 귀가 빡 아파서 터질 것 같았다. 5미터 겨우 찍었다. 스쿠버는 15미터도 아무 문제없이 했는데.


귀에 물이 들어간 상태여서 물 밖에 나와서 이퀄을 해도 삑삑 소리가 스무 번 넘게 났다.


숨도 참아야 하지, 하강 줄도 잡아야 하지, 머리부터 내려가야 하지, 이퀄도 해야 하지...뭔가 바쁘다.


구조 연습도 약간 민망했다.ㅋㅋ

방금 전까지 대화하다가 갑자기 기절한 척하는 사람을 뒤집어서 의식 확인하고 볼 두드리고 하는 게 진지하게 해야 하는데 연기가 잘 안되었다...실전이면 일단 머리끄덩이부터 잡고 물밖에 끌어낼 거 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했다. 실제 쓸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수트는 벗다가 얼굴에 걸렸는데 의외로 그게 공포였다. 목에 꽉 끼고 얼굴도 걸렸는데 힘은 빠져서 벗기기 더 어렵고 젖은 수트에 꽉 잡혀있어 숨 쉬기가 힘들었다. 패닉은 수트 때문에 올듯ㅋㅋ

지퍼 있는 거 입고 싶다...


프리다이빙 다음 날 타일을 붙잡고 있던 팔 아프고, 핀 차던 허벅지 아프고, 발등 까지고, 귀도 아프다ㅋㅋㅋ 온몸이 후드려 맞은 듯 아프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또 배우러 갈 거다.

강사님이 꼼꼼히 체크해 주시고 하나하나 상태를 물어보셔서 피드백을 자주 하며 배우니 기억이 잘 난다.


다만 몸이 따로 놀 뿐...


프다1 비용은 20만 원+ 풀장 입장료 만 얼마.

시간은 이론 1시간, 풀장 3시간.

숨 참기는 2분 채운다 생각하고

이퀄이 정말 중요함.

자주 목이 마름.

안 쓰던 근육 써서 몸살 날 수 있음.

난 물보다 수트가 무서움.



언젠가는 물속에서 자유를 만끽하겠지.


현실은 따로 노는 몸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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