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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Apr 18. 2023

[꿈의 기록]

방문자

원룸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머리를 묶은 30대 여자였고, 가스 검침을 나왔다고 했다. 나는 어질러진 방안을 민망해하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검침원을 불편하게 느꼈다.

여자는 가스배관이 없는 창문 밖부터 점검했다. 나는 이 여자가 초보 검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스관이 있는 발코니에서 여자가 검침하는 시늉만 하더니 내게 와서 쪽지를 내밀었다. 하얗고 네모난 작은 종이에 가스와 상관 없는 문장 하나가 쓰여 있었다. 여자는 내게 그 문장 아래 서명 하라고 말했다. 나는 이게 가스와 무슨 상관이냐며 몇 번 거절했지만 여자는 집요하게 서명을 요구했고, 나는 결국 찝찝한 마음으로 서명을 했다.

여자는 사실은 자신은 검침원이 아니라며 그 종이를 파쇄기에 넣은 듯 세로로 갈가리 찢어서 허공에 던지고 나갔다.

나는 누군가 나를 쫓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서 집밖으로 나갔다. 집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한테 이 상황을 톡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걸음이 무겁고 행동이 느려져서 도저히 문자를 쓸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문장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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