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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Apr 26. 2023

에세이,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철들어 가는 중인 조카가 조잘조잘거리는 말 같다가도 문득 위험하게 깊어지는.


말장난 같은 가벼운 진술 너머에 있는 우두커니, 버티는 존재가 연민을 부른다.


우울증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울한 사람에게 운동을 해보라거나, 자살할 용기로 살라거나 하는 말들은

나도 해본 말이어서 뜨끔했다.


가까이 있는 입장에서는, 좀 움직였으면 좋겠고 좀 씩씩해졌으면 좋겠고 (내게 그만 어둠을 전염시키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 보이는데

 

들어주는 것도 지칠 때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싶은 반발심으로 읽었다.


읽히는 속도가 빠른데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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