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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May 09. 2023

[꿈의 기록]

꽃,벌레, 밥솥, 책


어릴 때 살던 작은 아파트에서,

새로 산 거대한 은색 밥솥에 경고불이 들어왔다.

삐 삐 소리를 키우더니 폭발하며 뚜껑이 날아갔다. 안방에서 자던 엄마가 잠옷 드레스 차림으로 나와서 뚜껑을 찾아 다시 밥솥을 덮었다.

한번 더 경고음이 강하게 울리더니 다시 폭발해버렸다. 한밤중이었고 잠을 못 이루고 있던 나는 밥솥이 폭발하는 게 두려웠다.

●압력밥솥에 대한 불안이 나타난 것 같다. 어릴 때 늘 밥솥이 폭발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창밖으로 눈이 엄청나게 오는 게 보였다. 아름다웠다. 눈이 쌓이고 빙판길이 되었다. 나는 귀국행 비행기가 결항될 것이라 판단하여 지인 둘과 함께 도시를 빠져나와 선박 표를 끊기로 했다. 바다를 향해 걷는데 빙판길로 어떤 이상한 장치를 몸에 단 여자가 엎드린 채 슝슝 지나갔다. 지인 한 명은 돈이 천 원밖에 없다고 하였다. 나는 내가 표를 사주겠다고 했다. 다른 남자어른 지인이 구멍가게에 들어갔고 우리는 매표소로 향했다. 바다가 반짝이며 푸르게 출렁였다.



수영장의 맑은 물에서 벤틀리가 수영을 했다. 잠수한 채 수영장 끝에서 끝까지 빠르게 헤엄쳐서 수영장 벽에 머리를 콩 박았다. 물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고 노란 비옷 같은 걸 입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수영을 했는데 옆으로도 헤엄칠 수 있었고 매우 즐거워했다. 모두 수영대회에 나가보라고 부추겼다.


작은 방 안 침대에 앉아있는데, 여행지였고 일행 중 일부는 밖 골목을 탐험하는 중이었다. 방안은 다소 어둡고 좁았다. 나는 팔뚝에 점처럼 생긴 것이 움직 이는 걸 보고 손톱으로 튕겨냈다. 자세히 보니 희안하게 생긴 벌레였다.  

꽃다발에서 푸른 나뭇잎이 살랑살랑 날아오르더니 벽에 붙었는데, 나뭇잎이 아닌 납작한 갈색 새를 닮은 곤충이었다. 턱이 뾰족하고 해마처럼 옆으로 세워져 있고 눈이 까맣고 매우 컸는데, 나한테 날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 위에 두 동물이 붙어 앉아있는데 개가 아니라고 하는데 개처럼 보였다. 동물들이 다가와서 나는 구석의 작고 하얀, 나무로 격자무늬가 된 방안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동물이 검은 개가 되어 작고 하얀 내 강아지를 물어 침대 밑을 통과해 옆으로 나왔다. 나는 검은 개한테 달려들어서 뾰족한 이로 가득한 입을 벌리고 강아지를 빼낸 다음 개를 때렸다. 맹렬한 살의가 돋았다.

그때 골목을 탐험하던 지인들이 화분을 여러 개 들고 왔다. 붉고 자디잔 꽃송이가 만개한 제법 큰 화분이었는데 그런 화분 여러 개를 침대 아래 늘어놓았다.

나는 또 무당벌레로 가득해지겠군, 생각하며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언니가 아주 두꺼운 회색 표지의 책 두 권을 번역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제목은 몽유도원록이었고 일본어였는데 이렇게 철학적인 책을 번역하고서 그걸 여태 비밀로 했다는 게 신기하고 이상했다. 몇 문장을 읽었는데 가슴에 와닿았다.


남친으로부터 여러 달 문자가 없어서 우리가 아직 사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만났는데 내게 무심했다.

●전 남친 오랜만에 꿈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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