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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Jul 31. 2023

그건 옹졸한 앙갚음이 아니었을까

주호민 사태를 보면서 다른 학부모를 생각하다


그런 학부모 있다.


명백하게 자식이 잘못 했을 때,

사회에 알려졌거나 교양 있는 부류로 분류되는 타입의 학부모일 때는

일단 가서 정중하게 사과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인정하고, 약속한다.


그것이 자신의 사회적 페르소나이므로.


하지만 돌아서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니들이 잘못한 건 진짜 없을까?

단 하나도 없을까?그렇게 잘났을까?


내가 너희의 더한 결점을 찾아서

이 치욕을 보상 받으리라.


그 보상의 방식은

치어나 다름 없는 물고기도 일단 낚을 수 있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아주 섬세한

법의 그물이다.


하지만

파도가 세게 쳐서 그물이 뒤집히면

갇히는 건 이쪽이다.


그런 학부모들이 있다.


을이 되어 자식의 잘못을 사과하며 구부렸던 허리와 목이 빳빳하게 세워지는 경험이 좋은가?

감히 내 자식을, 나의 자존감을, 건드렸느냐, 하고 공격적으로 방어하고 외치는 것이면서도

아닌 척하는 위선적이고 옹졸한 갑*이,

존중받는 갑인가?


개인적 복수심을 사회적 메시지로 둔갑시키기는 쉽다.


물론 태백에서 있었던 사건과 같은

명백한 장애아동 학대까지 이번 기회에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되고, 그 교사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다 옳지도,

학부모가 다 그르지도 않다.

잘못은 고쳐야 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민폐아로 낙인찍고 소외시키는 걸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반대다.


다만

복지는 복지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너도 나도 인간답게.


이 사건 때문에 오히려 다수의 진짜 교양있고 상식적인 학부모들이

정말 필요한 민원을 제기하는 것조차

움츠러들게 되었을 것이다.

이 점은 우려가 된다.


.

.

.



모래야 먼지야 풀아...

너는 어째서 그토록 작으냐...*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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