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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Nov 27. 2021

[동화연재] 궁극의 레벨 업

6화 : # 알거지 이야기

  #알거지 이야기




  “아빠, 아빠!”


  게임하는 아빠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건물 주인 아저씨가 또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빠의 헤드셋을 벗겼다.


  “아, 씨! 왜, 또! 밥통 화장실에 있잖아! 창고에서 김치 꺼내 먹고 학교 가라니까!”


  아빠는 오늘이 일요일인 것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


  나는 아저씨의 눈치를 보면서 뒤로 물러났다.


  “김 사장!”


  아저씨가 화가 난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아빠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힐끔 보았다. 그러나 금방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헤드셋을 다시 고쳐 썼다.


  “잠, 잠깐만요. 요 판만 끝내면 되거든요. 이게 팀플이라서 저 혼자 갑자기 빠지면 매너가 아니라서요. 신고당하면 한 달은 정지 먹을 수도 있고. 그러면 여태 해 온 게 다 무너지잖아요. 공든 탑인데.”


  아빠는 아무 말이나 하면서 게임을 이어갔다. 헤드셋을 끼고 있어서 게임 안에서 나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아빠가 자판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만이 텅 빈 공간에 총소리처럼 퍼져나갔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아저씨와 아빠를 번갈아 보았다. 


  “알지야.”


  아저씨가 갑자기 나를 불러서 화들짝 놀랐다. 나는 목을 움츠리고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화장실에 밥솥 너희 거지?”

  “네…….”

  “아빠 보고 당장 치우라고 해라. 3층을 너희 가게만 쓰는 게 아니잖아. 변호사 사무실이랑 치과랑 다 같이 쓰는 화장실인데 거기다 밥솥을 두면 어떡하라는 거냐?”


  아빠가 밥솥을 거기 둔 건, 화장실에서 쓰는 전기는 공용 관리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얼마나 많이 쓰든, 3분의 1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꼭 전할게요.”


  아저씨는 팔짱을 풀고 돌아서 가다 말고 멈췄다. 딱딱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알지야. 너, 6학년이라 그랬나?”

  “네.”

  “아빠처럼 되면 안 된다. 공부 열심히 해라. 알겠니?”

  “네.”


  나도 안다고요. 

  아저씨는 팔짱을 낀 채 나를 훑어 보더니, “집에 온수 안 나오냐? 좀 씻고 다니고.”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갔다. 가슴 속에 먼지가 가득 낀 것처럼 답답해졌다.  


  “아! 씨! 저 새끼는 왜 저기서 죽어? 돌대가리 아냐? 어휴. 네 부모는 너 낳고 미역국 먹었냐?”


  아빠가 흥분해서 자판을 더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우스를 뽑더니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한 달 넘게 바닥 청소를 하지 않아 쌓인 먼지 위로 발자국이 찍혀 있다. 아빠가 조준을 잘못해서 쓰레기통 밖에 떨어진 콜라 캔 속으로 개미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나는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알지야, 아직 학교 안 갔냐?”


  아빠가 씩씩, 숨을 고르며 물었다. 


  “학교? 오늘 일요일인데.”

  “그래, 그래, 잘 갔다 와!”


  나는 계산대에 올려둔 책가방을 메고 금고를 열었다. 천 원짜리 세 장과 동전 몇 개밖에 없었다. 나는 그걸 모두 집어 주머니에 넣고, 전원을 꺼 놓은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 밖으로 나왔다.  


  어둠 속에만 있다가 나오니 눈이 부셨다. 파릇파릇한 가로수를 따라 한참 걸어서 옆 동네에 있는 피시방으로 갔다. 세 시간짜리 이용권을 끊고 자리에 앉았다. 알바생 누나가 얼음이 동동 든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 주었다.


  “서비스야. 시원하게 마시렴. 불편한 거 있으면 얘기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시방은 애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청정기도 여러 대 돌아갔다. 천장에 달린 에어컨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먼지 냄새도 안 나고, 키보드는 끈적임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나는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서 헤드셋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들었다. 엄마가 좋아했던 김광석 아저씨의 노래들이다. 아저씨는 참 슬픈 목소리를 가졌다. 


  컴퓨터라면 지긋지긋하지만 달리 갈 곳이 없다. 도서관은 너무 멀리 있고 책 읽기에는 취미도 없다. 세 시간씩 앉아 있을 수 있는 시원한 곳은 피시방밖에 없는 것이다. 놀러 갈 친구 집도, 반겨줄 친척 집도 없는 나 같은 아이에게는. 


  나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총을 쏘는 것도, 화살을 쏘는 것도 다 무섭고 싫다. 군인들에게 폭탄을 던져 몸을 산산조각내거나, 어차피 실재하지도 않는 건물을 오랜 시간을 들여 짓거나, 상대 팀이 애써 만들어 놓은 성을 파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죽어라, 죽어라 하고 소리 지르는 게 뭐가 좋은 걸까. 상대 팀을 빨리, 많이 죽일수록 레벨이 올라가는 게임의 세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귀가 터질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도 싫고,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캐릭터를 보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다. 

  현실에서는, 죽은 것은 절대 살아나지 않는데…….


  나는 헤드셋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귀를 파기 시작했다. 기분이 이상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귀에 피딱지가 생기고 고름이 잡히고 다시 살이 돋을 때까지 반복해서 새끼손가락을 넣어 돌린다. 

  엄마 보고 싶다. 오늘은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은 지 딱 일 년 되는 날이다. 아빠는 그것도 잊고 있을 거다. 


  아빠는 괴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뭐가 괴로워?”

  “살아있는 게 괴롭지. 알지야. 팍 죽어버릴까.”


  아빠는 하고 싶은 게임만 하고 사는데 뭐가 괴롭다는 걸까. 피시방 사장인 아빠가 울상이니 손님이 올 리가 없다. 가게는 망해가고 있다.      


  아빠는 한때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였다. 꽤 큰 회사에 소속되어서 돈도 많이 벌고 이름도 알렸다. 하지만 아빠의 프로게이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더 어리고 게임도 잘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새로 들어왔다. 아빠는 그 뒤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도 해보고 게임기 영업도 해보고 오락실도 열었다가 모두 그만두었다. 


  “내가 얼마나 잘 나가던 사람인지 증명하고야 말겠어.”


  아빠는 이를 갈며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무능한 사람일 뿐이었다. 

  오래도록 앉아서 게임을 하다 보니 거북목과 휘어진 허리와 자주 재발하는 치질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아빠는 이제 게임 안에서만 친구가 많고 영웅이고 천재다. 그러니 그 세계에서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더러운 바닥과 망해가는 가게와 친구도 없는 아들이, 아빠가 가진 전부이니까. 


  나는 학교에서 얼마 전 있었던 ‘게임 중독 설문조사’에서 내가 아빠라고 생각하고 체크했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긴장이 된다’에 가장 높은 점수인 10점에 체크.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서 현금을 쓴 적이 있다’에 10점. 

  ‘게임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흥분하거나 욕을 쓴다’에도 10점. 

  ‘게임을 하는 동안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에도 10점. 


  다른 친구들은 일부러 0점에 체크했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중독 학생으로 분류되면 집으로 연락이 갈 거고, 컴퓨터를 압수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엄마한테 좋은 먹잇감이 될 게 뻔해서였다.


  하지만 나는 아빠가 나를 좀 봐줬으면 했다. 게임 중독 상담을 받으러 다니거나 학교에서 연락이 가면, “우리 아들이 이렇게 심각해졌다니! 이건 다 내 탓이니까 이제 게임을 끊어야겠다.”라고 새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낯선 사람들과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게임광인 애들밖에 없는 이상한 캠프에.  



  #청소년 게임 중독 #중독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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