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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Feb 14. 2022

<에스에프널> SFnal, vol.1

허블에서 펴낸 장르 계간지


아작의 어션테일즈 1호를 먼저 읽었는데

리뷰는 이것부터 쓰겠다.


어션..이 국내 작가들의 장르 모음집이라면

에스에프널은 세계 작가들의 그것이라서

동향이나 소재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에스에프널1에는 테드 창을 비롯해 15개의 단편이 실려있어서 집약적으로 쭉 읽어내기 좋다.

장르적 속성 탓에 세계관 설정은 국내와 별 차이가 없는데

뭐랄까, 주제의식의 범위 자체가 좀 더 거시적인 것 같달까.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테드 창의 글은 너무 딱딱하고 노잼이었고

SL 황의 단편이, 읽을 때는 별 생각없다가

읽고나서 계속 잔상이 남아서 매력적이었다.

애국과 방어가 전쟁의 폭력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다루었는데

그걸 추상화하지 않고 구체적인 인물을 통해 형상화하는 것이 노련해보였다.

말카 올더의 글은

다큐 ㅡ나의 문어 선생님ㅡ을 떠올리게 했고,

묘사가 좀 아쉽긴 했으나 흥미로웠다.

잠수함,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신선했다.

시간에 갇힌 이야기나 화성 이주, 타임 슬립 등의 설정들은 다 비슷했다.


장르문학에서

박사급 연구원들, 지식인들이 등장해서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지루한데다,

가끔 불필요한 진술 같을 때가 있는데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나 가즈오의 나를 보내지 마, 처럼 대화나 장면, 심리 묘사로 독자가 그 상황을 상상하게끔 두는 소설이 더 심층적이고 아름다운 것 같고,


그런 짐작을 가능하게 하는 글이 역시 더 재미있다.


장르가 갑자기 시장성을 띠고 독자층이 이제 막 깊어지는 시기에는

아마 교정을 맡은 편집자들조차 소설의 설정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을 것이고,

가련한 독자를 우려해서 작가에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달라고 피드백을 보내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덕지덕지 누더기 같은 친절한 글이 나오는데


SFnal에는 그런 글이 적어서 좋았다.


SF가 가벼운 장르인 것 같지만

그 안에도 아주 깊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2부도 구매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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