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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Sep 23. 2022

[꿈]의 기록

가방과 서점과 옛 애인


오늘 꾼 꿈.

내가 버스를 타고 어떤 도시를 여행하고 있었다.

환한 낮이었다. 길에 가로수가 푸릇했다.

버스 안에는 옛 남자친구가 타고 있었다.

나는 더 나은 버스(좌석버스)를 갈아타고 싶어서 도중에 혼자 내렸는데

그 버스는 오지 않는 정거장이었다.

정거장 안내판의 번호를 보니

내가 아는 곳이 없어서 막막했지만

어디 근처라도 가서 걷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내가 17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메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통장에 돈이 있나 생각하면서도

가방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감이 차올랐다. 가방에 흠집이 날까봐 웃옷으로 감싸서 들었다.

그때 정거장에 남자아이들 세 명이 장난치며 있었는데 다 내가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다 함께 정거장 뒤편의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에는 주인이 없고 책들이 아주 많았는데

우리가 노는 동안 책장들이 쿵쿵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장에 있던 책장들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근처에 있던 아이한테 피하라고 소리쳤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뒤집어 쓸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장난치는 아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밖으로 도망쳤지만 나간 뒤로는 속이 당당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아이들과 같이 4차선 도로를 뛰어서 맞은편 쇼핑센터로 들어가 돌아다니다가

다시 정거장으로 왔을 때 서점 불이 꺼져 있는 게 보였다. 이때도 아이들과 함께 확인했다.

갑자기 저녁이 되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유명한 맛집들이 많이 보여서

그중 한곳에 들어갔는데 스타벅스 커피숍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지만 자리를 양보받아 앉았고 그때 오래 연락이 끊긴 여자인 친구가 등장했다. 나는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친구와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깼다.


난 명품 가방이 없고 평소 관심이 없는데

어제 당근에서 필요한 걸 검색하다가 판매자의 글을 보고 가방 사진을 잔뜩 보면서 약간의 관심이 생겼던 것이 꿈에 나온 거 같다.

옛 남친, 꿈에서 무심하게 나왔지만  생각해보니 반갑네. 잘 살고 있으려나.

서점 꿈은 도서관 꿈과 함께 주로 꾸던 종류인데 이번 서점은 새로운 곳이었다. 원래 건물 안에 있는 큰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데 오늘 서점은 길가에 있는 단층 건물이었다. 근래 가던 서점의 영향인 것 같다.

꿈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내가 20대에 마음을 기울였던 대상들이었다.

근래, 마감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손을 안 대고 있었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도 하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해보니 좋은 소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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