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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Sep 30. 2022

[꿈]의 기록

9.30 똥과 삼겹살


샌드위치 만들기 시간이었다.

식빵과 치즈, 고기로 만들어야 했다.

감독하는 여자 강사가 있었다.

나는 길고 가느다란, 폭이 좁은 빵과

잘린 삼겹살 한 점, 스트링치즈밖에 없었다.

자리를 선점하려고 구석진 테이블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현재 학생인 ㅁ이, 옆에는 예전 학생인 ㅊ과 ㅅ이 앉아서 사이좋게 대화하고 있었는데, 나는 ㅁ에게 ㅊ과 ㅅ이 어떤 사이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둘은 형제인데 조금도 닮지 않아서 장난삼아 물었다.

나는 ㅁ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식이 좀 답답해서 강당의 큰 테이블로 옮겼다.

갑자기 화장실에 갔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누는 곳이고 속이 아주 넓고 깊었는데 똥을 다 치워서 깨끗했다. 화장실 안에는 시시티비가 있었는데 학생 ㅇ이 화장실 청소를 잘 하셨다며 나를 칭찬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똥이 묻은 바닥에

한 점뿐인 내 삼겹살이 떨어졌는데

나는 그걸 주워서 교실로 돌아갔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재료가 그것뿐이라서

삼겹살을 물에 씻었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 넣고 그걸 씹었다.

똥 묻은 거라는 게 생각나서 입안에 손을 넣어 다 뱉고 자리로 돌아와 스트링치즈를 찢었다. 그때 넓고 얇은 식빵이 여러 개 든 봉지를 어떤 여자애가 안 쓴다고 해서 식빵 세 장을 챙겼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서두르는데 여자 강사가 오더니 빵의 등에 칼집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가느다란 틈을 여러 개 잽싸게 내면 진득해지면서 마치 잼을 바른 듯 그럴 듯해졌다.

어서 만들어서 제출해야지, 생각했다.


●삼겹살을 씻는 장면은 내가 강아지한테 간식 줄 때 쓰던 방법이다.

자주 나오는 화장실이 또 나왔다. 아주 어렸을 때 공동변소였던 곳이 가장 비슷한 모습인 것 같다.

시시티비로 화장실을 보던 ㅇ은 평소에도 나를 통제하려고 하던 학생이었다.

형제 학생은 못 본 지 4년이 넘었다. 특별히 친밀감이 없는 아이들인데 왜 갑툭튀 했는지 모르겠다가, 둘 다 고도비만의 청소년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나는 근래 체중을 줄인 상태라서 꿈에서 그 아이들이 내가 살이 빠진 것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웃던 마음이 생각난다. 형제와 ㅇ은 서로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다. 아마 같이 인맥 카테고리로 엮여 나온 것 같다.

마감이 코앞이라 쫄린 심리가 샌드위치 수업으로 나타난 것 같다.

똥 묻은 삼겹살은 아직도 입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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