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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Nov 22. 2022

[꿈]의 기록

화장실, 전 남친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가서 변기에 앉자마자 어떤 젊은 남자가 달려와

문을 급히 두드렸다.

문을 열자, 큰 볼일이 마려우니 제발 자기 먼저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웃으며 빌었다.

하지만 나도 급해서

일 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변기에 앉아

쿠션 인형을 끌어안고 볼일을 보려는데

문앞에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 게 신경쓰여서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끊고 일어나는데

엉덩이가 묵직해서 닦아보니

덜 닦인 똥이 한가득 엉덩이에 묻어 있었다.

그 상태로 바지를 올리고

대기하고 있던 남자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전 남친과 카페에 갔다.

두 남자가 운영하는 이층집 카페였는데 아주 인기가 많아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나는 주인장과 잘 아는 사이였고 다른 운영자는 그 자리에서 소개받았다.

머리가 희고 웃음기가 많은 그 남자는

나와 내 전 남친을 관찰하듯이 보았다.

우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무슨 빵을 사서 기다렸다.

저녁이 되고 카페 바깥 잔디마당에서 공연이 열렸다. 매주 새로운 공연을 열어주는 카페였다는 걸 내가 알고 있었다.

외국인 아이들이 여러 명 나와,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쫄쫄이 옷을 입고 준비한 연극을 했는데

무대에서 자고 있다가 일어난 아이도 있었다.

나와 전 남친은 카페 마당 구석에 앉아서

연극을 보았다.

주인장 둘이 사회를 보았는데 전 남친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ㅇㅇㅇ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물었다. 그랬는데 내 남친이 ㅇㅇㅇ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주인장이 남친에게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마이크가 내게 넘어와서

나는 망설이다가 무슨 말인가 빠르게 했다.

연극이 끝나고 우리는 거리를 걸었다.

축제가 끝난 쓸쓸한 거리 같은 곳이었다. 조명들이 알록달록했고 종이쓰레기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나는 왠지 남친과 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슴이 아릿했다.



●화장실 꿈 꾸면 잠에서 깬다.

전 남친도 내 꿈 꿀 때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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