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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Dec 20. 2022

노 40존

제주에 가려다가


충동적으로 제주를 질렀다.

비행기, 어떻게 타는 거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숙소부터 예약하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나는 이층침대가 여러 개 놓인 도미토리 위주로 묵는다. 풍경은 걸어가서 보면 되니까 창문 밖에 뭐가 있든 상관 없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것도 필요없다. 대신 너무 대형 건물에는 묵지 않는다. 사장 내외가 여기저기서 모아온 소품이나 책들이 있는, 소박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해외, 국내 게스트하우스만 100곳 넘게 묵었다. 3천, 4천 원짜리 이불, 베개도 없는 곳부터 가정집 스타일, 독불장군 사장님 스타일, 서핑 숙소와 스쿠버다이빙 숙소까지 다양하게 겪었다. 사장님 밥을 해드린 적도 있고 얻어먹은 적도 있고 9개의 도미토리 침대 중에 나만 여성이었던 적도 있으며 게하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음 여행을 간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나이 제한을 건 곳은 보지 못했다.

백발의 여인이 오든,

새파랗게 젊은 스물이 오든,

휴가 나온 군인이 오든,

상관없었다.


우리는 다 여행자니까. 모든 여행자는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고, 그런 면에서 다 같이 평등하다.


제주에서는

협재와 그 어디 사이, 파티를 하지 않고

와이너리도 있다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여기다, 하고 예약을 진행하는데

필수사항 문구가 보였다.

어르신들은 숙소 사용이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으니 40대 이상은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참 조용한 경고처럼 보였다.


나는

40대가 어르신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여행에서 나이로 인해 누군가 제약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 적도 없다.

내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도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

여행은 그 사람의 세계관이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이며 경험이 쌓여가는 과정이지,

젊고 늙음이 기준이 되지는 않으니까.


젊어도 그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도미토리가 불편할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을 수 있다.

늙어도 그가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도미토리를 사랑할 수도 있다.


그건 여행자가 겪고 판단할 일인데

그토록 굵고 진한 선을 미리 그어 놓다니.


노40존이라니, 세상에.

여행자를 대하는 태도가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여행의 힘을 모르는 사람이거나.


그런 방어는

참 쓸모없는 폭력 같다.


제주의 바람을 느끼기도 전에,

제주가 싫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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