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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Jan 04. 2023

[아마추어 일기]#2

책이 나오기까지


삽화가 들어간 책 한 권이 나올 때까지,


기획안 받기, 계약, 가이드 초안, 자료 조사 인풋, 얼개 짜기, 피드백, 초고 쓰기, 피드백, 피뎁 파일로 교정 1, 피드백, 교정 2, 피드백...작가의 말 쓰기, 프로필 쓰기, 제목 정하기, 삽화 얹어서 삽화 오류 찾기, 수정 확인하기, 인쇄 전 최종 확인, 또 고치기, 최종 인쇄...


반 년 넘게 걸렸다.

원고가 완성되어 있는 경우도 그 정도 걸렸다.


나는 편집부 의견을 90프로는 수용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한 권의 책이지만 그들이 거쳐간 책은 수백 권이므로, 보다 전문가인 팀의 조언을 듣는 것이 내가 못 본 것을 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의 편집자가 중장년층일 때, 내가 지금까지 교습소를 하며 적어도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을 겪어오고 부대끼면서 현실에서 보고 듣는 언어와 감각들을 담아내어도, 그게 현장인 것을 편집자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체험해보지 못하면, 자꾸만 학부모 마인드로 어린이를 내려다보게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나 현장에만 있기 때문에,

글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길을 놓치는 건지도 모른다.


글을 조정할 때는 그런 것이 고민이 된다.

현실을 담아낼 것이냐, 이상을 담아낼 것이냐.

어린이가 좋아하는 글을 쓸 것이냐, 학부모가 살 만한 글을 쓸 것이냐.


둘 다 충족할 수 있는 글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 내공이 부족할 뿐.


계속 고민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


나는 지인들의 책이 나오면, 언제나 구매해서 읽었다. 그러다보니 받은 책, 산 책 해서 같은 책이 두 권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책을 내면, 사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작가는 대개 정가의 70프로 선에서 자신의 책을 구매할 수 있고, 출판사에서 무료로 작가에게 증정하는 책은 5권에서 10권 정도다.


자비출판 시집을 내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몇 백 권씩 자가 구매하는 게 통상적인 룰이 되어버린 탓도 있다. 그 시집으로 출간기념회라도 하면 2~3만 원을 내고 식사를 하고 시집을 받아 그 비용을 상쇄한다.


출간기념회에서 받은 시집들 중 마음에 드는 건 드물었다. 이렇게 누구나 시인이 되어도 되는 걸까, 이것을 시라고 할 수 있을까...의 마음과, 시인이 뭐 별건가, 누구나 자기 시집 한 권쯤 품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좋아...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예전에 다니던 모임에 20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데 지금은 그들 중 2명만 빼고 모두 시집을 냈다.

빠르게 잊히고, 사라지고, 시들해질 것을 알면서도,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자리에 간다.


잘 쓴 시집이 중요한 걸까,

시를 쓰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걸까.


나는 글을 왜 쓰는 걸까.


내가 낳은 책을 앞에 두고,

오늘도 마음이 만 갈래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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