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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Jan 05. 2023

[꿈의 기록] 1월 5일 새벽에 꾼.

황정민, 돈 줍기, 강아지


황정민 씨가 출연하는 영화 속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그는 형사인데, 천장에 달린 형광등 덮개를 분해해서 그 안에 든 시시티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천장이 텅 소리를 내며 일부 뜯겨나가면서 범인이ㅡ아주 화사한 미남ㅡ황정민을 붙잡았다. 그러자 황정민이 욕을 했고, 대항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천장에서 몸이 묶인, 인질이 된 여자가 거꾸로 매달린 채 툭 내려와서 황정민을 말렸다. 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그의 동료들이 두 명 더 천장에서 내려왔다. 모두 인상을 잔뜩 쓴 채 땀에 절어 있었다.

이들 모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황정민이 범인에게 총을 여러 번 쏘았지만 연기만 날 뿐 고장난 총이었다. 황정민의 얼굴이 빨개졌다. 동료들 중 하나가 꺼낸 커다란 총에서 거품이 나와 범인의 얼굴을 덮었다. 동료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담배를 범인에게 던지자 범인이 몸을 흔들며 불에 타서 죽고, 천장 속에 있던 흰 옷을 입고 단발인 여자도 흔들리며 재가 되었다.

그 여자는 피해자였는지. 동료들이 이거 큰일났다며 이 일을 어떻게 덮지?하고 고민하는 장면에서 영화 밖으로 빠져나왔다.

친구가 내 연기는 별로였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무슨 연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알았다고 답했다.


중간에 영화를 보다 말아서인지, 다시 보려고 영화관에 갔다. 공연장에나 있을 법한 두꺼운 붉은 문을 열자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클럽처럼 춤을 추었는데 그게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그 속으로 나도 들어가려는데, 출입구 문이 약간 열리면서 내 강아지가ㅡ아주 어렸을 때 버전으로ㅡ 들어오려고 하는 걸 보고 아쉽지만 영화관 문을 닫고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밖으로 나가자 길 중간에 누렇고 중간 크기의 개가 낮잠을 곤히 자고 있었다. 저러다 차에 치일 텐데 생각하며 걷는데 또 다른 누런 개가 내 강아지를 놀리듯 장난을 쳐서, 구하러 달려가는 중에 하늘에서 천원짜리 지폐 뭉침이 툭 떨어졌다.


길가의 흙더미 위에 돌들 사이 사이마다 천 원짜리가 자꾸 자꾸 나왔다. 그 흙더미에는 어린이 둘이 놀고 있었는데 나는 그 아이들과 경쟁하며, 사실은 이 아이들의 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우기기도 하고 밀치기도 하면서 돈을 마구 주워담았다.

혹시 누가 자기 거라고 하며 나타날까봐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떠나려는데 또 하늘에서 누가 던지듯 돈이 툭 떨어졌다.


걷다가 다이소에 갔는데 최초로 2층으로 된 곳이라 했다. 2층을 구경하려면 스툴을 밟고 올라가서 벽 틈에 몸을 끼운 채 봐야 했다. 안에는 소품들 정도밖에 없고, 돌아다닐 수 있는 바닥도 없는 기묘한 2층이었다. 그때 어떤 두 여자가 구경하려고 하기에 나는 옆으로 자리를 비껴주면서 이런 건 2층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아요?하며 동의를 구했는데 여자는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해버렸다. 그러자 엄청 속이 상했다. 스툴을 밟고 나와보니 2층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머쓱한 마음으로 그곳을 나왔다.


고등학생이 되어 전학을 가는 날이었다. 새 학교의 교복이 없어서 이전 학교의 교복을 입었다. 버스 터미널에 가서 A시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몇 번 라인에서 타냐고 창구 직원에게 물었더니 0번이라고 했다. 0번 라인을 찾을 수 없어서 버스가 서있는 곳들을 계속 보며 걸었는데 알고보니 창구 바로 앞이 0번이었다.

노란 버스가 마침 들어오고 거기서 사람들이 내렸다. 나는 그게 A시로 가는 버스인 줄 알고 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그 버스는 태국에서 온 것이라 하였다.


나만 다른 교복을 입고 학교에 도착했다.



●어린 시절의 강아지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하얗고 작고 포근하고. ..그 녀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을 주울 때 어린 아이들과 경쟁하던 게, 꿈에서 나온 뒤 생각해보니 유치하다.ㅋㅋ 한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눈에 불을 켰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꿈은 처음이다. 두 남자아이도 최선을 다해 돈을 주웠다. 분명히 누런 개 두 마리였는데 어느 순간 두 남자아이로 바뀌었다. 다이소에서 만난 여자도 두 명이었다.


황정민 씨가 나오는 꿈은 살벌하지만 흥미로웠다. 그의 영화를 최근에 보지도 않았는데, 아마 넷플에서 스쳐가듯  최신 영화 포스터(?) 탓이 아닐까 싶다. 범죄 영화일 거 같아서 꿈자리 사나울까봐 일부러 안 보고 아름다운 페루 다큐 보다 잤는데 정작, 스쳐가듯 본 것에서 꿈이 시작되다니.


버스터미널은 꿈에 자주 나온다. 국내든 해외든 길을 자주 잃고 내가 타야 할 버스를 못 찾거나 놓치기 일쑤였던 탓에, 그 긴장감과 불안감이 오래도록 꿈에서 반복되는 것 같다. 터미널의 모습 자체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낡고 배기가스가 넘치고 사람들이 많은, 야외 터미널이다. 버스도 옛날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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