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일기]
#3. 작가의 말을 쓰는 게 가장 어렵군
예전 발표물에서 수상소감이나 작가의 말에 이미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썼는데, 또다른 작가의 말을 열흘 안에 써야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뒤 표지의 서평이나 추천사는 안 읽지만ㅡ알음알음 작가나 출판사의 인맥, 혹은 돈 받고 써주는 것이니만큼 믿음이 안 가고, 실제 실망스러운 글들도 꽤 있어서ㅡ작가의 말만큼은 빠짐없이 읽는데,
작가의 말을 잘 쓰는 작가가 드물다.
읽을 때는 그랬다.
지금은 내가 써야 할 차례이고.
그럴듯하게 쓰고 싶지만 미지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친한 척하기도 쉽지 않고
작품에 대한 스포를 할 수도 없고
난데없이 내 일상을 풀 수도 없으며
자연을 노래할 수도 없고
뭐라 딱히 콕, 하고 싶은 말도 없는 것이다.
존대를 해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그동안은 둘 다 써봤다)
출판사에 감사 인사도 넣어야 할지 말지(그렇게 썼는데 잘라낸 곳도 있고 그대로 넣어준 곳도 있다)
사소한 부분까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경이 되었다.
작가의 말을 쓰는 게 가장 어렵다던데요, 하고 편집자가 말했을 때는 와닿지 않았는데ㅡ그때는 쉽게 썼다ㅡ
그 말이 이런 거였구나.
이제 와 뼈를 후려친다.
작품 원고 마감보다 무서운,
작가의 말 원고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