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따 써먹어

프롤로그

by 작가

프롤로그

“공부 좀 하라는 말의 진심”

하노이에 다녀온 어느 여름 나는 오래된 기억과 마주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그곳의 거리, 시장, 학교 풍경은 문득 1980년대의 한국을 떠올리게 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전거로 등교하고 부모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바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 외에는 접할 수 있는 것이 적다.

그렇지만 모두의 표정은 어딘가 익숙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나의 어린 시절 같은 모습."

한국은 그 시절 앞만 보고 달렸다.
공부는 생존이었고 성적은 가족의 희망이었다.
잘해야만 했다.
아니, 못하면 안 됐다.

그 시절을 살아낸 어른이 되어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어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공부하라고 했을까?

나도 그랬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간 날 나는 기도하듯 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포기하지 않게만 해 주세요."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가며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받아쓰기에서 틀리면 어떡하지?
줄을 못 서면 어쩌지?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면…

나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불안했다.
아이에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남들만큼은 가야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많은 한국 부모들이 공유하는 마음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그 경쟁이 우리를 아프게도 했지만 동시에 멀리 오게도 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그 모든 강요 속에 깃든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가난해서 더 열심히 해야 했던 부모 세대
뒤처질까 불안했던 나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만은 다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하노이의 거리에서 나는 한국 교육이 지나온 길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지금 나는 내 자녀 교육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싶었다.

이 기록은 그 첫 문장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실패를 두려워해서 공부를 시켰던 걸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걸까?

공부를 강요한 건 잘못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강요는 분명 사랑이었다

이제는 그것을 더 나은 언어로 더 깊은 태도로 바꿔보려 한다.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 부모가 되자.

“같이 가자”는 말

그다음에

“어디로 가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