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 ‘같이 가야 안심’이라는 묘한 집단심리
‘같이 가야 안심’이라는 묘한 집단심리
교육은 원래 개인의 속도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이해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현실은… 글쎄다.
“같이 가야 마음이 놓인다.”
이 묘한 집단심리는 어릴 때부터 조용히 작동한다.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이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데, 우리 애가 ‘가나다’만 외우고 있으면 슬그머니 불안해진다.
“아니, 뭐 늦게 배워도 돼요. 천천히 가는 거죠~”
하면서도… 집에 오자마자 검색창에 ‘만 6세 한글 못 읽음 정상인가요’를 입력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 집단심리는 폭발한다.
모두가 서로 말은 이렇게 한다.
“아휴, 전 공부는 욕심 없어요~ 그냥 건강하게만 컸으면~ㅎㅎ”
하지만 다음 말은 꼭 이렇게 이어진다.
“…근데 요즘 좀 뒤처지는 것 같아서요ㅠㅠ”
‘뒤처진다’
이 말, 정말 한국 엄마들이 제일 많이 쓰는 말이 아닐까?
“저 집은 벌써 영어학원 레벨업 했대.”
“옆집애는 구몬 3단계까지 갔대.”
“00은 수학 경시대회 나간다는데, 우리는 아직 구구단도 헷갈리네…”
이런 말을 듣고 나면,
그저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의 속도로 가면 된다”는 믿음도 왠지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다.
“어디 학원 다녀요?”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우리 애는 아직 못 따라가는데, 다른 애들은 다 아는 것 같아요ㅠ”
겉으로는 평화로운 수다 같지만, 사실상 정보 전쟁이자 심리전이다.
“저는 욕심 없어요~ 그냥 애가 행복했으면 해요♡1”
“맞아요~ 성적은 나중 문제죠♡1”
“그런데 요즘 얘가 자꾸 멍하니 있더라고요. 집중도 떨어지고… 뭔가 놓치는 기분이에요ㅠ♡3”
진심과 불안이 한 문장 안에 같이 있는 기적 같은 대화를 엄마들은 지금도 하고 있다.
심지어 이 마음은 학원비를 낼 때도 그대로 나타난다.
“등록할 땐 좀 고민됐는데, 다른 애들도 다 다닌다길래요ㅎㅎ”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 시키면 불안하잖아요~”
이쯤 되면 학원비가 아니라
‘집단심리 수강료’라고 해도 될 판이다.
실제로 남들 다 하는 걸 우리만 안 하면 괜히 불안하다.
어떤 현상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줄 서는 문화에 익숙했다.
놀이공원도 줄,
은행도 줄,
졸업식 사진 찍을 때도 줄.
그런데 그 줄이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 줄로 쭉 나란히 가야 뭔가 안심되는 기분이다.
누가 갑자기 튀어나가면 당황하고,
누가 뒤에 남아 있으면 불안하고.
그렇다.
혼자 가는 건 무섭고 같이 가야 안심되는 묘한 심리.
하지만 아이들이 그러한가?
아이들은 줄 서는 걸 싫어한다.
자기만의 길로 가는 걸 좋아하고, 엉뚱하게 돌다가도 결국 자기만의 방법으로 배우는 재주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자꾸 아이에게 줄을 서라고 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먼저 배워야 할 건 이것 아닐까?
“같이 안 가도 괜찮다.”
“내 아이는 내 아이만의 속도로 가고 있다.”
비교하지 않는 순간 아이는 비로소 자기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길이 남들보다 빠르진 않아도,
적어도 숨차지 않고,
즐겁게 갈 수 있는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