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따 써먹어

1 장 (6) 왜 우리는 이렇게 다 함께 달리게 되었을까?

by 작가

왜 우리는 이렇게 다 함께 달리게 되었을까?


입시 때문이라고?


아니다.


이건 단순히 시험 점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가진 묘~한 집단 불안의 구조 그게 문제다.


이 사회에서 ‘공동체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고립이다.


학원 한 군데 안 보낸 엄마는 “그냥 방목해요”라는 소리 듣고, 초등 입학 전에 한글 못 뗐다는 얘기를 하면 웬일이냐는 눈빛이 돌아온다.


그래서 다들 말은 이렇게 한다.

“각자의 속도로 가면 되죠~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ㅎㅎ”

근데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근데 이번 겨울방학에 중1 선행까지는 나가야 하잖아요?” 이러고 있다.

왜냐고?


같이 가야 안심되거든.


모두가 같은 방향, 같은 속도, 같은 진도면 왠지 안전해 보이니까.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기준이 정해진 세계’에서 안심하는 습관이 있다.


무언가 명확하게 정리돼 있어야 직성이 풀리고, “정답”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애 키우는 것도 정답표 찾기 게임이 된다.


“몇 살에 뭘 해야 하나요?”

“받아쓰기는 몇 단계가 정상이죠?”

“이 정도 진도면 평균인가요?”


그러다 보니 교육도, 육아도, 삶도 전부 집단 러닝머신처럼 움직인다.

누군가 잠깐 쉬었다간 뒤처졌다는 불안에 눈물이 찔끔나기 일 수 이다.


한 아이가 느리면 그건 그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부모가 뭘 안 해줬다”는 눈총이 날아든다.

자, 여기 웃기지만 슬픈 풍경들을 소개한다.


받아쓰기 50점 받고 울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이중 언어 환경을 만들겠다”며 하루 종일 영어 유튜브만 보여주는 엄마

“이번 겨울방학 때 중1 선행까지 나가야 돼요”라고 말하는 초5 학부모

“우리 애는 아직 소수점 개념이 약해서요…”라고 상담하는 초2 엄마

…이게 개그가 아니다.


진짜 현실이다.

실제로 존재한다.


학원 대기실, 커뮤니티, 엄마들 모임 가면 날마다 재방송 중이다.


모두가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이 너무 일찍 알고 있다.

그리고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그 결과, 기본기는 올라갔다.


한글은 입학 전 마스터, 구구단은 유치원에서 외운다.

영어 알파벳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애들은 5살에 “What time is it now?”에 대답한다.


엄청난 발전이다.

그런데…

여유는 사라졌다.


무언가를 궁금해 하기 전에, “이걸 모르면 안 돼”라는 불안이 먼저 박힌다.


질문보다 점검,

호기심보다 체크리스트가 우선이 되어버렸다.

“이 단어 알아?”

“이 문제 풀 수 있어?”

“다른 애들은 이거 다 알아!”


배움은 원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인데 아이들의 눈은 불안에 번쩍이고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

“틀려도 괜찮아.”

“몰라도 괜찮아.”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직후 바로 옆에서

“근데 이번 겨울방학엔 뭐 시켜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우리는 함께 달리고 있다.


누가 먼저 멈출지 모르지만 다 같이 가야 안심되는 게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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