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따 써 먹어

1장 (5)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이어지는 ‘빨리 가기’ 게임

by 작가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이어지는 ‘빨리 가기’ 게임


한국 교육의 출발 신호는 늘 이르다.


“땅!” 하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줄 알았는데,

3학년쯤 되면 아이 스케줄은 직장인도 기절할 ‘풀타임 스케줄’이 된다.

월요일: 수학 심화반

화요일: 영어 독해 + 피아노

수요일: 구몬 + 태권도

목요일: 수학 심화 + 독서논술

금요일: 논술 + 태권도 (2회차)

일요일? 쉬는 날 아니다.

학원 숙제 몰아서 하는 날.

놀이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 철저히 정해져 있다.

그 외 시간에 ‘심심하다’고 말하는 건 금지다.


왜냐고? 그 시간은 다음 과목 준비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중학교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의 ‘속도전’이 시작된다.


학교, 학원, 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스터디카페…

눈 깜짝할 사이에 중학생들은 입시용 인간 스케줄러가 된다.

엄마도 말투가 바뀐다.


예전엔,

“오늘 뭐 배웠어?”

“수업 재미있었어?”였지만,


이제는

“모의고사 성적 나왔어?”

“몇 등급이야?”

“다른 애들은?”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같이 가자~”던 정겨움이 있었다.


‘친구랑 같이 수학 공부~’하고,

“우리 반 다 같이 ~”라며 묘한 위안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들어서면, 그 모든 대화는 이렇게 축약된다.

“앞만 보고 달려.”

이미 ‘같이 가자’는 사라지고,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너는 왜 지금 3등급이야?”

“내신 몇 등급 맞아야 SKY 가는지 몰라?”

“수학은 이미 선행 끝났어야지!”

“영어 듣기는 왜 다 틀리니?”

이쯤 되면 공부는 전쟁이고 성적은 생존률이다.


놀라운 건 이 게임에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도 같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부터 고3까지 12년간 가족이 함께 치르는 집단 러닝머신 생존 게임이다.


엄마는 스케줄 조정 매니저,

아빠는 현실 점검 코치,

아이는… 그냥 뛴다.

물론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브레이크는? 없다.


심지어 운전석에 브레이크는 애초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어디로 달리고 있는 걸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어디까지 가야 멈춰도 되는지도, 언제쯤 쉬어도 괜찮은지도 모른다.

그저 앞만 보고 뛸 뿐.

뒤돌아보면 불안하고,

옆을 보면 비교되고,

속도를 늦추면 떨어질 것 같고.

이 교육의 ‘빨리 가기 게임’은 결국 마음의 여유를 갉아먹는다.

아이도, 부모도, 숨을 헐떡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친다.

혹시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누가 만든 코스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혹시… 진짜 목적지는 애초에 없는 건 아닐까?


우리는 아이에게

“너답게 살아야지.”

“자기 속도로 가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근데 수학 선행은 어디까지 했지?”

“모의고사 다시 분석해봐야겠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에게 여유를 말하며,

멈춰도 괜찮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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