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 “받아쓰기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1장. 다 함께 달리는 나라
– 낙오가 두려운 사회, 그러나 함께 가는 사회
“받아쓰기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해 나는 긴장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겁이 났다.
신나는 입학식도 잠시 교실 문이 닫히자마자 찾아온 단어.
<받아쓰기 급수표>
처음 받아쓰기 공지를 가정통신문으로 받았을 때 나는 그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짐했다.
“이제부터 우리 집은 받아쓰기 비상 체제다.”
그날 저녁 평소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아이 책상이 등장하고, 연필을 깎고, 칠판을 붙였다.
남편은 긴급 투입 된 교정관,
나는 시험감독관 겸 채점자.
우리 집은 작은 교실이자 훈련소가 되었다.
“어?, ‘달’이 아니고 ‘닳’이야. 받침이 더 있어!
‘안아’ 아니고 ‘않아’! 히읗이 있어야지!”
“헷갈리면 손으로 써보자, 열 번 써봐!”
그러나… 아이는 꿋꿋했다.
“그냥 예쁜 별 그려주세요. 그게 더 예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멈짓했다.
아니, 이 아이는… 받아쓰기 100점의 중요성을 모른단 말인가?
드디어 시험 당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손에는 그 유명한 시험지가 들려 있었다.
나는 아이보다 먼저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
마치 비밀문서를 열어보는 스파이처럼 조심스럽게 펼쳤다.
별 세 개가 딱!
그 순간, 내 속에서 뭔가 퍽 하고 터졌다.
“틀렸어? 어디가? 왜?”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별 그려줬는데, 예쁘지 않아?”
아이 눈엔 동그라미보다 별이 예뻤고,
별보다 더 예쁜 건 그저 엄마 얼굴이었다.
하지만 엄마 눈엔 별은 ‘틀렸다’는 경고였고,
빨간 줄은 ‘실패의 징표’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다.
그깟 받아쓰기 하나에 온 가족이 들썩이고,
틀린 글자 하나에 엄마는 심장이 내려앉고,
아빠는 휴대폰으로 ‘받아쓰기 잘하는 법’을 검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 그렇게까지 긴장했을 까?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우리 애가 뒤처지는 건 아닐까?’
그 조용하고 끈질긴 불안.
다른 집 아이는 벌써 줄줄 읽고 쓴다는데,
우리 애는 아직 ‘안’하고 ‘않’이 헷갈린다.
그걸 보면 왠지 내가 부족한 것 같고,
뭔가를 놓친 것 같고,
이미 늦은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받아쓰기...
그렇게까지 긴장 안 해도 괜찮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별 세 개? 괜찮다.
열 개면 또 어떤가
중요한 건 틀린 걸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다시 도전하려는 마음 아닌가?
이제는 시험지에 동그라미가 많든 별이 많든 웃으며 말한다
“이야~ 별 5개야? 우주 정복했네~!”
우리 아이는 받아쓰기보다 훨씬 큰걸 배우는 중이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
틀린다고 혼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별표도 예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