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석영을 키우는 아이
43화 석영을 키우는 아이
“엄마, 내가 상상을 해봤는데 석영을 잘 돌보면 도마뱀이 될까?”
아이의 질문은 늘 엉뚱하다.
대체로 나는 대답 대신 잠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질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이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지 잠깐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요즘 준이는 광물에 빠져 있다.
공룡도 우주도 바다 생물도 지나갔고 지금은 ‘돌’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돌이 아니라 이름이 있는 돌.... 그리고 어쩌면 자랑할 가치가 있는 돌ㆍㆍㆍ
외할머니가 용돈을 주신 날 준이는 평소보다 유난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나 석영 원석 사고 싶어.”
장난감도 아니고
편의점도 아니고
아이의 입에서 ‘석영 원석’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가격은 오천원도 만원도 아닌 만삼천 원....
그렇게 우리 집에 반짝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말이 없지만 존재감은 분명한 작은 석영 원석 하나가 들어왔다.
그날부터 준이는 석영을 애완돌처럼 키우기 시작했다.
아침에 나갈 때도 들고 나가고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손에 쥐고 있고
심지어 화장실 앞에 잠깐 내려놓을 때도 “여기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씻긴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손바닥 위에 석영을 올려놓고 조심조심 물을 끼얹는다.
비누는 안 쓴다.
“석영이 색이 변할 수 있어.”
그게 준이의 이유다.
씻긴 뒤엔 수건으로 톡톡 두드려 말리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잠깐 올려둔다.
“햇빛 쬐면 건강해질 거야.”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왔다.
“엄마, 석영을 잘 돌보면 도마뱀이 될까?”
나는 웃으며 물었다.
“왜 도마뱀일까?”
준이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내 상상이야. 도마뱀도 안 움직이다 움직이니까.”
"아 그렇구나."
나는 대답했다.
“도마뱀이 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네가 그렇게 잘 돌보면 석영은 분명히 기분은 좋을 거야.”
그날 이후로 준이는 더 열심히 석영을 돌본다.
떨어뜨릴까 봐 주머니에 넣지 않고 두 손으로 꼭 쥔다.
잠들기 전에는 침대 옆에 살짝 놓아둔다.
“엄마, 얘 오늘은 많이 반짝여.”
사실 반짝임은 늘 똑같다.
하지만 나는 굳이 말해주지 않는다.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내 눈으로 굳이 끌어내릴 필요는 없으니까.
지나는 어른들이
“돌을 왜 그렇게 좋아해요?”
“장난감 사주면 더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준이가 석영을 좋아하는 건 아마도
돌이라서 라긴 보다 더 많은 이유가 있을 듯하다.
가만히 있어주는 존재,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
빠르게 변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마음을 주는 만큼 그대로 받아줄 것 같은 존재 이기 때문이다.
석영은 도마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꼬리를 흔들지도 먹이를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준이가 돌을 씻기며 배우는 건 분명히 있다.
존재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
작은 것에도 마음을 주는 법
살아 있든 아니든 함께 있다는 그 존재의 이유이다.
어쩌면 석영이 도마뱀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준이가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오늘도 준이는 석영을 들고 말한다.
“엄마, 얘는 내가 키우는 거야.”
나는 속으로 대답해본다.
'그래 너는 돌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네 마음을
조금씩 키우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