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랑일까?

... 사랑하는 걸까... 4-1

by 텐그린

남편 같은 애인인 남자를 소개로 처음 만났을 때였다. 그 남자는 카페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테이블에 가까이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밝은 듯 잘생긴 듯, 고지식한 듯, 촌스러운 듯한 분위기가 묘하게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이 남자는 체형관리사로서 쉽게 말하면 마사지를 하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아주 달콤한 로얄 밀크티를 주문했어요."라며 씩 웃었다. 여자가 카페 맞은편에서 초록신호등을 기다리던 때 전화가 왔다. 근처에 와 있다면 음료를 주문해 놓겠다며 원하는 음료를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말 해도 되나'하고 혼잣말하듯 했지만 그는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 자랑으로 두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빛 좋은 개살구시네요."라며 여자의 걸음걸이, 얼굴색, 목소리 등을 설명하며 여자의 건강상태를 나열했다. 좋은 건 없었다는 게 결론이다. 여자는 그 순간의 느낌으로 바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지 이렇게 걸어 다닐 수 없어야 했다. 그 남자의 말대로라면 말이다. 사실 그 여자는 건강하지 않았고 여자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심각성이 가중되는 남자의 말에 불안이 커졌다. 남자는 "난 내 여자가 건강이 안 좋더라도 상관없어요. 내가 고쳐 살면 되니까요. 어느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라며 여자가 홀짝홀짝 밀크티를 마시는 동안 자신의 근육관리 실력을 말해 주었다. 관리를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증상과 해결해 준 사례들을 신나게 말했다. "근육관리를 해 주다 보면 별의별 상황이 많거든요. 마사지를 받을 때 안 좋은 부분에서는 통증을 더 느끼기 마련인데 그때는 받으시는 분이 '참아야지'하고 생각만 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못하더라고요. 참겠다는 생각조차 안 해요. 마음을 비우면 되는데 참 못 비워요. 저는 마음을 정말 많이 비운 사람이거든요. 관리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참지 못 해서 제대로 못 해 드릴 때가 많아요. 정이씨도 참겠다고 생각만 하세요.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있어요. 다들 참을 각오를 하고 왔다는데 저는 금방 알아요. 근육만 봐도 그 사람이 각오를 하고 왔는지 쭐래쭐래 그냥 왔는지 알거든요. 근육에 다 쓰여 있어요. 저는 근육을 다 읽거든요."

세 시간 가까이 그 남자가 관리한 20년간의 모든 사례를 다 들은 것 같았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 남자에게서 미묘한 연민이 느껴졌다. 여하튼 그 남자는 자신의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를 마치 근육 관리계에 유일무이한 인간문화재로서 시대를 잘못 만나 빛을 못 보는 한이 서리고 억울한 심정을 안고 사는 인물로 여기는 듯했다. 그 여자는 '대단한 실력자구나'하는 생각에 언젠가 반드시 관리를 받아보리라 기대를 하였다... 이때까진 이 남자를 이성으로서 이기보다 내 건강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 남자가 말한 대로라면 하루빨리 관리받지 않으면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스라이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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